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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쏭작가 Jul 26. 2023

나의 가시를 데리고 살아간다

이틀 만에 3kg이 빠졌다

 갑작스러운 해외여행 후 이틀에 걸쳐 쌓인 일을 처리하고 밀린 글쓰기까지 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슈퍼우먼이라도 된 것처럼 동분서주했더니 목 부근과 허리에 예사롭지 않은 찔림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무리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이따금 겪는 찔림 통증은 나의 지독한 가시다. ‘찔림 통증’이라는 애교스러운 으로는 차마 설명할 수조차 없는, 설명하고 싶지도 않은 고통. 통증이 시작되면 내 육체는 정신과 분리가 필요할 만큼 깊은 고통을 헤맨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링거를 맞거나 약을 먹으면서 통증이 그치길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너무나 비참하고 외롭고 아픈 침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기도뿐이다. 몸이 나를 공격하는 찔림 통증은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고질병이지만 주변에는 이런 통증을 겪는 사람이 전무후무하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은 이런 고통을 모른다니 우선 감사할 일이다.

   

 제대로 찔림 통증이 시작되면  발로 걸어서 병원에 가는 것조차 불가능하고 “잘 먹어야 낫는다”라는 말 잔인하게 느껴질 정도로 몹시 아프다. ‘ 쉬면 낫겠지’라는 생각으로 이틀 동안 진통제를 8개나 먹었지만 귀밑, 갈비뼈, 발목, 손가락, 손바닥 등 신체 전체가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뒤틀리고 쑤셨다. 집에 병문안을 오셨던 엄마가 내 몰골을 보고 심장이 녹아버리는 듯 슬펐다고 표현하셨다. 링거와 주사를 맞고 나서도 통증은 하루가 더 지속됐고 이틀 만에 3kg이 빠진 내 몰골은 초췌하고 안색도 몹시 나빠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독한 통증이 잠시 쉴 때면 미리 써두었던 글을 몇 초씩이나마 읽고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워서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 내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꾀병을 부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다른 경우지만 사랑하는 가족, 연인 등을 잃은 사람들도 계속 눈물만 흘리고 있는 게 아니라 어떤 순간에는 재미 행복, 우스운 일을 겪기도 한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니까. 그런데 찰나의 웃는 모습을 포착하고서 “저 상황에서 웃음이 나올까?” 정죄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병마와 싸우는 와중에 마음이나 몸이 아픈 사람을 더욱 헤아리는 태도를 지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다.


 고통이 있고 사흘 정도가 지나자 앉아서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기력을 찾았고 나흘째에는 찔림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 가족들과 펜션을 1층, 2층 통으로 예약해 놓았던 상황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차를 타고 이동까지 할 수 있어 감사했다. 여행 내내 가족들에게 짐이 되어 죄송했지만 엄마의 보살핌 덕분에 하루가 지나면 또 그만큼 몸이 회복되었다. 여동생과 남동생은 저녁에 배드민턴을 치며 즐겁게 놀았다. 나는  모습을 부러워하며 멀찌감치 떨어져 구경했다. 내 몸 하나 건장하게 관리하며 사는 것이 쉽지 않구나 싶었다.


 혹시 나와 같은 증상을 겪 분이 계신지 궁금하다. 흉기로 찌르는 듯한 통증. 피도 나지 않고 상처 하나 는데 눈앞이 아찔한 만고의 고통. 신은 인간에게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고통을 주신다는데 나의 찔림 통증은 그야말로 나라는 작은 인간이 감내할 수 있는 최대치의 고통이 아닐까 싶다.


 사람마다 자신을 찌르는 가시를 하나씩 간직하며 살고 있을까. 그것이 성격이든 병이든 지난날의 상처든, 그렇다면 내 안에 자리한 가시가 나를 안팎으로 상처 내지 않도록 잘 다루는 방법은 무엇까. 내가 가진 가장 무서운 가시는 이러한 찔림 통증인데 다니던 병원에서는 제3 통증 같으니 신경 통증 의학과에 가보라고 권한 적이 있다. 병원 가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나는 나름의 돌파구를 찾아 찔림 통증의 빈도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찔림 통증의 횟수가 줄어듦으로써 삶의 질이 월등히 개선됐다.


 몸의 체온 유지, 스트레스 관리, 수면 충족을 잘해줄수록 찔림 통증은 드물어졌다. 가벼운 외투를 항상 챙겨서 다니고 에어컨 바람이나 실내외의 온도 차에 피부를 보호려 노력한. 스트레스 관리와 피로를 누적하지 않는 일상생활 루틴은 말해 무엇하랴. 내 가시를 완전히 뽑아버릴 수 없다면 무디게 만들어라도 잘 감당하며 살아내야지. 당신을 아프게 하는 가시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가시를 다루는 당신만의 노하우가 있는지 궁금하다. 어떤 아픔이든 포기하지 않는 한 출구가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체험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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