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입는 옷, 못 입는 옷 구분하기
남편은 자주 구멍 난 양말을 신고 외출한다. 목 늘어난 티셔츠는 덤이다. 멀쩡한 옷으로 갈아입으라고 하면 "어때. 누가 보지도 않는데."라고 응수한다. 누가 보냐고? 남들도 보고 그대의 와이프도 본다. 시댁 어르신들 혹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의 약속이 있을 때면 더욱 난감하다. 누더기 같은 옷을 걸치고 아무도 자기를 신경 쓰지 않으니 걱정 마라는 등의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이것이 바로 고단수의 돌려 까기?' 하는 의구심이 든다. 우렁이 각시는 남편 몰래 오래된 옷가지를 버리고 새것으로 바꿔 놓기도 한다.
오래 입어서 목이 늘어나고 빛바랜 옷은 헌 옷 수거함에 넣어봤자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구멍 난 양말은 말해 무엇하랴. 나는 이런 옷가지를 버리기 전에 대충 물을 묻힌 후 창틀의 흙먼지와 가구 밑의 묵은 먼지를 제거한다. 양면이 모두 까맣게 될 때까지 충분히 활용한 후에 종량제 봉투에 넣어준다. 못 입는 옷으로 묵은 먼지를 깨끗이 제거하고 나면 마음까지 홀가분해진다. 호흡기 건강에도 도움이 되니 그냥 버리면 손해다.
늘어난 맨투맨 같은 경우 고무줄을 이용해 목 부분을 수선할 수 있지만 얇은 티셔츠는 한번 늘어나면 고쳐 입기가 쉽지 않다. 티셔츠를 좋아하는 나는 늘어짐 현상 때문에 골치를 앓았는데 알고 보니 얇은 옷걸이 사용이 문제였다. 세탁소에서 받은 얇은 옷걸이를 그대로 썼더니 어깨 뿔까지 생겨서 옷의 수명이 짧아졌다. 논슬립 옷걸이를 대량 구매하여 옷장을 재정비했지만 그래도 크게 나아지는 기색이 없기에 곰곰이 살펴보니 옷이 너무 빽빽한 탓도 있었다. 이 년 이상 안 입는 옷은 버려야 한다는 말에 비로소 공감이 됐다. 숨 쉴 틈 없이 빼곡한 옷장은 매일 같이 숨바꼭질을 해야만 원하는 옷을 찾을 수 있다. 애써 세탁해 놓은 옷이 구깃구깃해지면 번거로움은 배가 된다. 넘치는 옷가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나의 숙원사업이다. 돈과 공간과 시간의 낭비가 발생하는 맥시멈라이프에서 하루빨리 해방 돼야지.
환절기 때마다 치르는 옷 전쟁이 이젠 힘에 부친다. 수납함에 잠들어 있던 옷가지를 드레스룸으로 모셔 오고 걸려 있던 옷은 다시 수납함으로 보내 드리는 고생을 왜 사계절 내내 사서 하나 싶다. 내 옷장은 총 세 개인데 남편의 옷장은 단 하나. 나에 비해 남편의 옷가지는 단조롭고 가짓수도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는 항상 단정하게 옷을 잘만 입고 다닌다. 이게 다 살균 세탁에 정리까지 모두 해주는 현모양처의 내조 덕분이겠지만 엣헴. 미니멀라이프의 근본인 남편의 옷장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 '나는 대체 얼마나 버려야 저렇게 깔끔한 옷장을 갖게 될까.' 바람과 달리 옷을 버리는 일은 영 쉽지 않다. 뭐든 버리려면 아깝고 꺼림칙하다. 아쉬움 없이 버릴 수 있는 옷을 발견하면 반가운 마음마저 든다. 목이 늘어나고 면이 얇아진 오래된 티셔츠를 옷장 밑에 쑤욱 집어넣었다가 스르르 빼내면 먼지 귀신이 득실득실 딸려 나온다. 이런 옷 먼지를 흡입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등골이 다 오싹하다.
하루는 남편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여보. 나도 스티븐잡스처럼 검은색 티셔츠에 청바지만 입고 다니면 어떨까? 시간도 절약되고 옷 관리도 편... ..." 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남편은 단호하게 "아니. 그건 안 돼."를 외쳤다. 왜 그러느냐 물었더니 며칠 못 가 옷을 다시 사들일 것 같단다.
외출복은 물론 홈웨어마저 찾기 힘든 나의 옷장. 바쁜 아침 시간에 옷걸이가 꼬여서 마음처럼 안 될 때면 옷장 주인은 헐크로 변신한다. 성격 테스트의 최고봉인 옷장 전쟁. 조만간 끝장을 내고 말겠다. 내게 필요한 건 새 옷이 아니라 옷걸이가 엉키지 않는 여유로운 옷장이다. 성격 버리지 말고 안 입는 옷부터 버리자 다짐하며 드디어 헌 옷 방문 수거를 예약했다.
아장아장 미니멀 라이프 야매 TIP
1. 없어도 살 수 있는 옷가지는 눈 딱 감고 처분합니다.
2. 헌 옷 방문수거 시 20kg 이하는 무료 수거, 20kg 이상부터는 유료 수거가 가능합니다. 키로 당 보통 400원 정도를 받을 수 있습니다.
3. 양질의 옷걸이를 통일하여 사용하면 늘어짐과 옷뿔 현상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