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나는 비켜갈 줄 알았다

by 안나B

‘누가 이혼했다더라.’ 요즘 어렵지 않게 듣는 이야기다. 이혼녀라는 타이틀이 나에게 추가되기 전, 나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실수를 수시로 저지르고 있었다. 이혼을 하는 부부들은 사랑 없이 조건을 보고 결혼을 했거나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 이기심을 자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반화의 오류를 모든 이혼 남녀에게 적용시켰다. 고작 두 커플의 이야기를, 심지어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을 통해 들은 게 다 였지만 나에게 이혼은 지혜롭지 못한 사람들이 사랑과 참을성이 부족하여 도달하는 단계였다.

나의 정의에 의하면 지혜롭지 못하고 참을성이 부족하여 돌아온 신분.


그렇다.

나도 이혼녀이다.


돌싱이라고 말하면 누군가는 내가 전에 가지고 있던 편견을 가지고 나를 판단할 수도 있는 지위가 나에게도 붙었다. 나는 얼마나 무지했던가. 부끄럽게도 나는 내가 지어낸 동화 속에서 이혼은 상상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 서로 사랑하는 데 어떻게 이혼이라는 결론이 날 수 있는 거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정작 내 인생에 이혼이 무지막지한 속도로 달려들어왔지만 나는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사랑에 빠져있는 공주이기를 자처했다. 그리고 더 이상 선택지가 없었을 때 나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부부의 관계는 한 사람의 노력으로 유지할 수 없으며 두 명의 의지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만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넘치는 사랑의 감정을 담아서 세 장의 러브레터를 건네었던 그 날, 내가 그에게 사랑을 갈구하던 그 날, 그는 나에게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너무도 아름다운 편지라고 말해주었다. 그는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과 미안함이 가득 차서 터질 것만 같던 눈망울로 이별을 요구했다. 그 눈빛이 슬픔을 담고 있었는지 그저 미안함뿐이었는지 사실 기억나지 않는다. 그 순간 이미 나의 세상은 무너지고 있었으니까. 나의 시야는 흐려졌고 세상은 빙빙 돌기 시작했다. 뱃속으로부터 끌어낸 온 힘으로 고함을 질렀다. 아악!!!!!!!!!!!! 그렇게 소리치면 그 힘으로 내가 꿈꾸던 나날들을 다시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의 목소리는 허공으로 사라졌고 그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사랑을 지키고 싶었다. 내가 노력하면 그가 다시 마음을 바꿀 거라고, 쉽게 나를 떠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에도 우리의 사랑은 특별하다는 환상에 젖어있었던 게다.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고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한껏 멋을 부리고 저녁 식사도 신경 써서 준비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잔혹했다. 그의 눈빛은 나날이 차가워졌고 마지못해 집에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나의 상황을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말하는 순간 이 모든 일이 사실이라는 잔인한 현실을 직면해야 한다는 두려움은 오롯이 내가 혼자가 되도록 나를 유도했다. 또한 나의 무너진 모습을, 나의 처절한 아픔을 스스로 통제하는 것이 먼저여야 했다. 멀리 한국에 있는 가족들은 추측 속에서 걱정을 키워갈 것이며 타인은 나를 가십거리로 여길 게 뻔했다. 만약 그가 다시 나에게 돌아왔을 때, 나의 지인들과 그가 예전의 친분을 유지하지 못할 거라는 상상은 이별이 진행되는 과정을 더 굳건하게 숨기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 속에서 내가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우리의 노력으로 이제 곧 이 악몽이 끝나고, 우리는 예전의 사랑하던 부부의 모습으로 돌아가리라는 희망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지나간 우리만의 사건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리고 그게 바로 결혼을 유지하는 방법이라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그는 나를 사랑하지만 더 이상 사랑에 빠져있지 않다고 말했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 어떻게 이 관계가 다시 사랑하는 부부 관계로 돌아갈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십 년이 지났는데 어떻게 날마다 가슴이 뛰는 사랑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이 지속되는 사랑의 감정이라고 느꼈지만 그는 사랑이 끝났기 때문에 오는 변화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뒤에 알았지만 그는 이미 새로운 사랑에 가슴이 뛰고 있었다.

나는 ‘노력해서 안 되는 일은 없다’고 자신해왔다. 만약 이루지 못하는 일이 있다면 그만큼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이미 각자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지혜가 부족했을지 몰라도 참을성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일 년 동안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혼에 대한 나의 정의는 틀렸다.


이혼은 나를 비켜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