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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호 Dec 10. 2017

해장을 위한 평양냉면

해장하며 썼던 문장


미지근한 면수를 마시며 식사 전 몽글한 기대감을 채운다. 무미에 가까운 맛이지만 존재감은 든든하다.



냉면이 먼저 나왔다. 면과 고명을 헤치지 않고 순수에 가까운 국물을 한 수저 떠마셨다. 미끄덩하니 목구멍을 넘어가는 국물에 깊었던 밤에 마신 한라산 소주가 씻겨내려가는듯하다. 소심하게 둥둥 떠 있는 대파가 국물의 감칠맛을 더했다. 둥굴게 말린 면을 휘휘 풀어헤쳤다. 젓가락으로 면 뭉텅이를 집고, 무김치와 편육을 얹었다. 한입 가득 입에 물고 국물도 마셨다. 애지간히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그래야 될 것 같다. 슴슴한 국물이 씹히는 면과 고기 사이로 밀려들어온다. 좋고나.


도톰한 만두피를 입고 있는 만두는 살찐 12개월 아이의 손 같다. 간장이 아닌, 이 곳에서 직접 만든 벌건 양념을 만두 위에 올리고 수저로 두둑히 잘라 한 입 가득 넣었다. 샤오롱바오도 아닌 것이 육즙 두둑히 흘리며 혀를 적신다. 육향이 터진다. 하아. 소주 한 잔 털고 싶었지만 차를 가져왔으니 일단 참았다. 맛난걸 보면 어울리는 술 생각이 간절하다. 이것도 병이다.


해장은 역시 평양냉면이다.

사진의 이곳은 강남에 위치한 진미평양냉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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