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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호 Dec 11. 2017

우린 그곳을 바다라 불러

아제르바이잔에서 온, 그의 바다

“우린 그곳을 바다라 불러.”


카스피 해海 이야기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온 그는 손가락으로 ‘바다’를 가리키며 말했다. 대륙이라 불리는 커다란 땅 덩어리에 둘러싸인,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물은 짜다. 어찌되었든 물이 짜니까 바다다.




날이 추워서인지 지하철 속 사람들 몸집은 커져있다. 코트, 패딩, 털 옷, 목도리, 장갑. 암튼, 36.5도를 사수하기 위해 스스럼 없이 몸집들을 키웠다. 각자 자기 집에서 챙겨온 온기들이 공간 안에 섞여있는 시간이다.


오늘도 지하철 안, omr 카드 안에 촘촘이 찍은 점처럼 외따로 기댈 곳 없이 서서, 온라인 친구들의 지난 저녁 단상을 훑었다. 눈이 내린 어제 당신들은 기분 달은 밤이었군요. 아, 저도 어느정도 그랬습니다만.


서울을 종으로 횡으로 가로지르는 7호선, 뚝섬유원지역에서 청담역으로 향할 땐, 나도 고개를 들어 ‘바다’를 기다린다. 거짓말이다. 그냥 한강이다. 바다였으면, 하고 오늘의 한강을 바라본다. 그래도 그 순간은 바다를 보는 마음으로 창 밖에 시선을 던진다.


고구마같은 출근길에, 한강이라도 보니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아제르바이잔에서 왔던, 그의 ‘바다’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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