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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호 Dec 12. 2017

고흐가 그곳을 그렸다지

중랑천 다리를 건너다 쓴 문장

땅거미가 느리게 자신의 일을 마칠 무렵. 파란 271 번 버스를 타고 얕은 중랑천 다리를 건넜다.

 

나서는 길에 가지고 나온 책을 멀겋게 보다가 고개를 들어 중랑천을 바라봤다. 호박색 인공 조명이 잔잔한 검은 천에 튕겨지는 모습을 바라보자니, 아를에서 바라본 먹색의 강이 떠올랐다.


아를에서 찍었다

고흐가 그곳을 그렸다지. 

단지 그 이유 때문에 향한 아를이었다. 파리에서 만난, 함께 간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또는 아무말 없이 묵묵히 어두운 아를 뚝방길을 걸었다. 별은 그다지 많이 빛나는 밤은 아니었지만.

 

바깥이 찬 계절이다. 더운 날숨이 뱉아지며 허옇게 눈에 보이는 날씨가 되니 괜한 안부를 묻고 싶은 날들이다. 묻는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렇다는거다.

 

중랑천을 지나다, 그저 하루 묵었던 아를이 떠올랐다. 그때 미지근히 마셨던 와인에 침이 고인다. 덕분에 오늘도 술 좀 마시는 밤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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