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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호 Dec 13. 2017

모두의 출근길, 누군가의 퇴근길

일하러 가는 길에 쓴 문장


차가운 아침, 일하러 가는 길.


지하철에서 아주 가끔 만나는, 담고 싶은 순간이 있다. 자신의 10cm까지도 내어줄 수 밖에 없는 복작복작한 순간, 그 장면을 담고 싶어도 차마 담지 못할 때가 부지기수다. 의심과 의심을 받고 싶지 않아하는 사람들이 공간을 차지한 열차 안에서 폰의 촬영 기능을 활성화하기란 쉽지 않다. 조심스럽다. 마침 자연스레 인의 공간과 공간 사이에 빛이 쏟아질 때, 거리낌 없이 순간을 담았다. 갖고 싶던 장면이다.


낯선 서로의 부피감으로 흔들림을 받쳐내고 있는 덜크덩거리는 열차에서 생각했다. 부대끼는 이 곳에선 나의 곁을 무심히도 내어준다고. 추상의 타인이 마주하며 만질 수도, 인사할 수도, 악수를 할 수도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무심히도 안도하고 무심히도 경계한다.


이 아침 모두의 출근길,

또는 누군가의 퇴근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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