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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호 Jan 13. 2018

낮술이다

낮술 마시며 쓴 문장


일어나자마자 평양냉면 맛집 우래옥. 그래 낮술이다.

서울의 끝에서 중심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그렇게 중심에서, 중심을 위한 일을 평일에 하고 나서 외곽의 집으로 그리고 중심으로 향했고, 오늘은 다시 주말이다. 누추한 삶은 설명을 붙이면 붙일수록 비루해지기에, 서로 말 줄임표 사이에 담겼던 얘기를 됨직하게 주고받았다. 오늘은 말이 길다.

“처음처럼 하나 주세요.”

마시다보니 하나가 아니다. 한잔두잔 넘어가는 술잔이다. 뜨끈히 취한다.


“형, 우리 이렇게 살아도될까?”

답은 없고 땅거미는 묵직히 내려 앉고 있었다. 이 물음과 답은 십년째 안주 삼아 떠다닌다.

학교 후문 앞에서 7천원짜리 삼치에 소주마시던 우리는, 아주 가끔 보는 사이가 되었다. 연봉은 높아졌고 부동산 정책이 어쩌구저쩌구 말하지만, 우린 그 삼치집이 편하다.  그래도 오늘은 비싼걸 먹어본다. 헤헤, 돈이 좋네.

고은 시인의 시집을 든든하게 주머니에 담아와서일까. 함박눈이 내렸으면 했다. 그러면 우리는 모두 무죄니까. 근데 형, 오늘은 아닌거 같다. 그러니까 한잔 더.


유난히 낮이 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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