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술

카라스 갤러리, 김석영 개인전

by 하일우

화풍이 한결 화사해지셨다. 스산한 달밤의 황량한 말들이 봄날의 꽃밭에 파묻혔다. 연애의 온도가 작품의 체온을 올린 걸까. Horse & Flower. 김석영 작가님의 열일곱 번째 개인전이다.

이태원의 카라스 갤러리. 발을 들이자 강아지 한 마리가 다소곳이 앞발 모은다. 배카라 관장의 수행비서다. 눈망울이 매혹적이다 싶었는데, 이름이 '눈'이라고. 때마침 '작가와의 대화' 준비가 한창이다.

하나둘 귀빈들이 모인다. 테이블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담소. 한 내빈이 묻는다. 왜 그렇게 말을 그리시는지. 말띠 작가님의 답변을 가만히 듣다가 나도 토를 달았다. 동짓달의 스산한 바다 같은 김 작가님 팔자. 역동적 불기운이 반갑다. 그 에너지가 집약된 말은 그에게 만병통치의 보약이다.

빌딩 매니지먼트 하신다는 고 이사님은 중국인들이 즐겨 쓰는 '마도성공(馬到成功,마따오 청꽁)'을 언급했다. 말이 도착하자마자 성공하기 시작했다, 모든 일들이 신속하게 이뤄진다는 뜻이다. 작가님의 말 작품들은 마도성공의 기운을 북돋아주기에 충분하다. 방울토마토와 체리, 연어샐러드 씹으며 와인잔 들어 건배! 우리 모두의 마도성공을 위하여.

갤러리를 빠져나와 <하이파이브>로 빨려 들었다. 매콤 오리훈제와 쫄깃한 비빔국수, 다진 돼지고기 섞인 새우 교자를 빨아들이며 영국 맥주 Fuller’s ESB(Extra Special Bitter)와 VIRU(에스토니아의 수도라고), 콜라를 빨았다.

만화가 박재동 화백의 아내이자 배우이신 김선화 선생님과 마주 앉아 체질을 감별하고 팔자를 짚었다. 소음인 체질. 그녀에게 삼계탕은 보약이고, 바나나는 사약이다. 늦가을 소나무가 사주에 솟아 있다. 왕성한 창작열이 대운에 흐른다.

달달하게 흥이 오를 즈음, 뜻밖의 손님이 합류했다. 남태령의 갤러리에서 만났던 이승철 작가님. 서프라이즈 선물까지 품고 오셨다. 한 작가님의 비밀 지령을 받들어 우리 가족 초상화를 똭~ 감사의 뜻으로 이 작가님의 팔자도 풀어드렸다. 다사다난한 세월 저물고, 쨍 하고 해 뜰 날이 성큼 다가온다.

파티의 마무리는 <화이트래빗>에서. 냉장고 훑어 꼴리는 대로 골라 마신다. 기본 안주 브레첼에 할시온IPA, 바나나 브레드, 유진포터 레볼루션. 표지의 여인에 홀려 한 작가님이 고르신 벨기에 맥주, '두체스 드 부르고뉴'는 심하게 시큼하다. 배신감 느껴지는 맛이었으나, 차츰 적응. 와인 같다.

각양각색의 맥주들 중 제일 맘에 들었던 건 아잉거 셀러브레이터 도펠복. 오늘의 긴 여정은 이 녀석을 만나기 위함이었던가. 독일 1위 브루어리라더니, 과연 아잉거! 역시나 내 입맛엔 흑맥주가 제격.

울산공항에서 김포로 날아와 서울 곳곳을 들쑤셨다. 많이 보고 두루 만났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던가. 이런 마무리라면, 그 하루 또 다시 살아볼 만하다.

김 원장이 시켰다. 이렇게 서 있으라고.
김 작가님 작품 앞에서 팔짱 끼고.
도란도란 작가와의 대화. '눈이'의 눈이 나를 주시한다.
배카라 관장님과 그녀의 충견, 눈이.
관장님과 말. 어딘가 닮은 듯.
고 이사님과 담소 중인 김석영 작가님.
무척 화사하다.
이건 더 현란하다.
하나 갖고 싶다.
이런 말도 매력적.
말, 말, 말. 가히 마굿간. 죄다 팔렸다.
무용수도 그리시고.
비 맞는 여인. 뭔가 비장하다.
카라스 갤러리. 이태원에 간다면 꼭 들려보시라.
우리의 아지트, <하이파이브>에서 경청 모드.
김선화 선생님, 이승철 작가님과 환담.
이 작가님의 선물. 우리 부부.
이건 하조안.
또 다른 아지트, <화이트래빗>에서 맥주 광고 촬영.
다 함께 스마일~
할시온도 괜찮다.
아잉거, 아이 좋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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