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목의 산행
환자 살피러 ER 들르신 신경외과 김 과장님. 붓펜으로 뭔가 끼적이신다. 뭐 하나에 빠지면 끝장을 보시는 분이다. 사진, 모형 비행기, 레고 블록 등. 요즘엔 등산에 꽂히셨다. 그래서 그런가. 메모지에 남기신 한시도 두목杜牧의 '산행山行'이다.
遠上寒山石徑斜(원상한산석경사)
白雲生處有人家(백운생처유인가)
停車坐愛楓林晩(정거좌애풍림만)
霜葉紅於二月花(상엽홍어이월화)
멀리 가을 산 위로 돌길이 비껴 있고
흰 구름 이는 곳에 인가가 보이네.
단풍든 숲의 저녁 경치가 좋아 수레를 멈췄더니
서리 맞은 잎이 봄꽃보다 더 붉다.
갑자기 산이 땡긴다. 모든 잎사귀가 꽃이 되는 시월엔 고철 수레 멈추고 산 좀 타야겠다. 등산 고수들께 여쭤봐야지. 상엽霜葉이 봄꽃보다 더 붉은 산이 어딘지. 얼굴 붉히지 않고 둘러볼만한, 원만하고 완만한 코스가 어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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