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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일우 Oct 04. 2016

딸꾹질 명의

일상의 소소한 보람


전신쇠약으로 ER 찾으신 아흔 살 어르신. 잘 못 드시고, 밤잠도 설치신단다. 할아버지에게서 밥과 잠을 빼앗은 주범은 딸꾹질. 침상에서도 계속 끄윽 으윽~ "3일 전부터 멈추질 않아요. 이럴 수도 있나요?" "그럼요. 하루에 6천 번씩 8년 동안 하신 분도 계셨대요."

검사에 돌입하면서 chlorpromazine을 우선 드렸다. 반응이 시원찮을 경우에 투입할 선수들의 순서를 헤아리면서. 약 드시고 물 한 모금 꿀꺽. 곁에서 지켜보던 노부인께서 탄성을 지르신다. "오, 멈췄어요. 아이쿠, 고맙습니다."




클로르프로마진 약발이 이렇게 좋았던가. 어떤 기전으로 단박에 hiccup이 사라졌을까. 내막은 정확히 모르겠으나, 명확한 사실 하나. 졸지에 명의 됐다. 선한 인상의 할머니께서 연신 감사 인사. 묵은 체증이 사라진 안색이시다.

두루 애용해야겠다. 허튼 소리 딸꾹거리는 분들에게 무상으로 나눠드리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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