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의 서재
서재에서 홀짝인다. 한 잔 와인. 일광의 독립서점, 커뮤널테이블(Communal Table)의 미녀 사장님에게서 인수한 아이템이다. 안주는 장석주.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는 잔잔한 산문집이다. 일상의 단상에 명사들의 아포리즘을 섞었다. 타고르의 통찰에 오래 머문다. “태양을 잃었다고 울지 마라. 눈물이 앞을 가려 별을 볼 수 없게 된다.”
안주를 바꾼다. 루트번스타인 부부의 <생각의 탄생>.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까지 천재들의 사고방식을 다채롭게 분석한다. “직감과 직관, 사고 내부에서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심상이 먼저 나타난다. 말이나 숫자는 이것의 표현수단에 불과하다.” 물리학을 ‘상상’한 아인슈타인다운 말이다. 논리적 설명이 불가한 ‘촉’이 합리적 과학의 모태다. 과학으로 입증되지 않는다고 직관적 통찰을 무시하는 건 그러니까 무지막지한 짓이다.
대놓고 안주발 세운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너바나 이끌던 커트 코베인의 일갈로 압축할 수 있다.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사랑받느니 차라리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미움받겠다.” 김수현 작가가 글 말미마다 그려둔 적절한 일러스트가 압권이다. 꾸준히 사랑받는 책의 공식에 충실하다.
배철현 교수의 <심연>에서 빠져나와 김정운 교수의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로 들어간다. 격하게 외로울 수 있는 기회를 남의 편에게 안겨주고자 주말에 훌쩍 오사카로 떠난 아내에게 들려줄 문구 앞에서 일시 정지. “관광지의 쇼핑은 숭고하다. 살면서 타인을 기쁘게 하려고 이토록 오랜 시간 이토록 곰곰이 생각한 적이 있었을까.”
“In omnibus requiem quaesivi, et nusquam inveni nisi angulo cum libro(내가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더 나은 곳이 없더라).” 한동일 교수님의 <라틴어 수업>에서 배운 문장이다. 500년 전 독일의 수도자가 뱉은 말에 21세기 한국의 아재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고개 길게 빼고 기다린다. 숭고한 쇼핑의 노획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