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 모임

공주 한일고

by 하일우


쨍쨍하던 하늘이 갑자기 소나기 토하던 날이었다. 예전 직장 근처의 중국집에 모처럼 찾아갔다.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은 동문 선후배님과 악수하고 기수와 이름을 밝혔다. “처음 뵙겠습니다. 9기 하민석입니다.”



입학과 동시에 3년간 사내들과 동침해야 하는 고교의 지역 모임에 이제서야 참석한다. 뭐가 그리 바빴는지, 이 도시에서 일할 땐 코빼기도 안 보였던 모임이다. 응급실 환자로 대면했던 류 선배님, 의대 후배이기도 한 배 선생 빼곤 죄다 초면이다. 그래도 낯설지 않다. 쨍쨍하게 반겨주시니 든든하다. 이런 게 동문의 힘인가.


갑상선암 수술 후 술 끊었다는 배 선생. 살이 제법 붙었네.

각 분야에서 멋지게 활약하는 분들이 줄줄이 모여든다. 빈 좌석 없이 빽빽하다. 나까지 기어 나왔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후배님이 소주에 맥주를 만다. 아니, 맥주를 샤워기처럼 뿌린다. 포항 다미촌의 폭탄주 이모에 버금가는 솜씨다.



더불어 공부가주를 홀짝인다. 주량이 따로 없을 정도로 술을 잘 마셨으나 결코 흐트러지는 법이 없었다는 공자 가문의 전통주다. 향긋하게 몸을 달군다.


도장에서 강독 모임. 동학의 최수운 대신사를 파헤쳤다.

뒤이어 강의 일정이 없었다면 소나기처럼 퍼부었을 술자리다. 이번엔 아쉽게 물러났지만, 다음엔 토할 때까지 동문들과 건배하련다. 이 도시는 이제 내게 일터가 아니라 놀이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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