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네 막창 주먹구이>와 <단풍나무집>
든자리 모르진 않았으나 난자리 확실하게 알게 해준, 간밤에 함께 고생한, 소중한 인턴과 회식 때마다 근무하여 겸상을 전혀 못했던 김 선생 등을 불러다 조촐하게 ‘오늘의 첫 끼니’를 떼웁니다.
내과를 지망하는 윤 선생이 제 오더 받아, 편의점 몇 군데 뒤져서 yellow tail 와인 사왔고요. 알코올 분해효소는 없으나 와인은 기꺼이 홀짝이는 강 선생에게 제가 수시로 따라주었습니다.
두툼한 주먹구이랑 쫄깃한 막창 씹고, 소갈비살에 갈매기살까지 뜯으며 도란도란 담소 나누니 그간의 피로와 애로가 사르르 녹네요. 테라에 참이슬 섞어 나눠주다가 지이슬 선생의 이름이 한자어였단 걸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저 이伊, 비파 슬瑟).
회식은 모름지기 고탄고지. 라면과 누룽지, 열무국수까지 주문했어요. 동막골 촌장님이 일러주신 위대한 영도력 비결을 적극 실천합니다. “뭘 좀 많이 먹여야지.”
어려운 여건에서도 묵묵히 잘 보좌해주어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대로 쭉, 내일도 잘 부탁해요.
너희는 진정한 통정을 한번 해 보라.
한신(韓信)이, 한 고조(漢高祖)가
자기 밥을 밀어 주어 먹이고(推食食之)
자기 옷을 벗어 입혀 준(脫衣衣之)
은혜에 감격하여
괴통(蒯通)의 말을 듣지 않았나니
한신이 한 고조를 저버린 것이 아니요,
한 고조가 한신을 저버렸느니라.
道典 8:47:1~3
흉통과 호흡곤란 극심한 심부전 아주머니를 ICU로 올려보냈던 당직을 마치고 아침에 퇴근을 했는데요. 당직실과 숙소를 아무리 뒤져도 지갑이 보이지 않았습니다(그 지갑에 갓 수령한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 C카드도 담겨 있었는데요).
제 동선을 찬찬히 되짚다가 대전복합터미널까지 찾아갔어요. 어제 출근 전에 청주의 치과에 다녀오면서 버스에 지갑을 두고 내린 것 같았거든요. 대전과 청주를 오가는 버스 회사 세 군데에 모조리 연락을 취한 끝에 충북리무진 관계자가 제 지갑을 보관하고 있다는 희소식을 접했습니다.
반갑게 재회한 지갑을 소중히 품고 룰루랄라 숙소로 돌아가는데, 지난 금요일에 삼청동에서 맛본 왕갈비탕이 막 어른거렸습니다. 함께 브롬톤 라이딩 즐기는 김주란 대표님이 꾸리시는 <단풍나무집>의 고기들은 두 말 하면 잔소리스럽게 맛있고요.
그렇게 포식하고도 한 그릇 뚝딱 빨아들여질 만큼 갈비탕이 진국입니다. 가시게 되면 무조건 시켜보세요. 든든하게 공감하실 겁니다.
다시 찾은 지갑 품고 울산의 여인들과 <단풍나무집>에 저도 조만간 다시 찾아가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