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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우정 Oct 28. 2024

한 번에 안되면 여러 번

메타인지

'메타인지' 뜻을 검색했다. 

한마디로 ‘자기 성찰 능력’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서도 설명하는 데 ‘수영을 한 달 배운 아이가 “나는 100M를 완주할 수 있는가”를 스스로 판단했을 때 완주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가정하고, 이 과정에서 체력과 기술 중 무엇이 부족한지 판단하는 데 사용되는 것이 메타인지다’라고 한다.     


메타인지는 무지함을 일깨울 때도 자주 사용되는 개념이라고도 한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한다. 여기서 ‘모르는 것을 아는 척’에 눈동자가 고정됐다. 살면서 나는 얼마나 많이 ‘모르면서 아는 척을 했을까?’ 기억나지 않는 것도 많겠지만 지금 당장 생각나는 일이 있다. 그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이불킥을 하게 된다.     


세차를 마친 후 고객에게 

“고객님 타이어 마모가 심합니다. 조만간 교체하셔야 될 것 같아요”라고 딴에는 걱정되어 말씀을 드렸다. 차량은 수입 고급차였고, 고객은 젊은 여성분이었다. 여성고객이라 잘 모르겠지 하는 선입견도 어느 정도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생각해 주는 척? 하는 우쭐함도 있었던 것 같다. 고객의 대답이다.      


“어제 타이어 4개 다 교체했는데요?”      


‘아! 이게 뭐지? 

분명히 100원짜리 동전을 타이어 홈에 끼웠을 때 이순신 장군의 감투가 보일락 말락인데?’ 내가 알기로는 타이어 트레드가 마모되어 닳으면 이순신 장군의 감투가 보이게 되고, 그 감투가 보이면 타이어 교체 시기라고, 이 방법으로 체크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알아보니 접지력을 높이기 위해 트레드가 짧은 것도 있었던 것이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던 게다. 그 고객은 그날이 마지막 세차였다. 더 이상 나에게 예약 주문을 하지 않았다.      


다음은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에서 또 눈길이 멈춘다. 

그런데 이 말은 좀 이상하다. 배우지 않거나, 겪어보지 않은 건 '모르는 것을 모르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아마도 배우는 분야나, 종사하는 업무, 관심 분야로 한정지은 것일 테다. 시험공부를 완벽하게 하고 시험을 치르면 끝나고 나서 거의 정확하게 점수를 알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시험공부를 부실하게 하면 무엇을 모르는지도 몰라서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제일 위험한 것은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르고 있고, 모르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아닐까 한다. 나는 세차 창업 초기에 이 일을 너무 만만히 봤다. 체력은 자신 있었기에 열심히만 하면 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세차 시공 시 제일 마지막에 하는 공정이 슬릭감이 있는 물왁스로 도장면을 닦는 것이다. 

물론 스팀을 쏴가며 1차로 닦아낸 후에 진행한다. 보닛을 가상으로 2 등분하여 꼼꼼히 버핑 하고, 휀더, 운전석 문, 조수석 문, 트렁크면... 차례로 닦아낸다. 그러고 나면 ‘꼼꼼하게 했으니까 놓친 부분은 없다!’라고 확신하며 마무리를 했다. 


이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나 어느 날 고객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덜 닦인 부분이 있다는 거다. ‘그럴 리가 없는데?’ 생각하면서 다시 방문해서 차량을 살펴봤다. 

운전석 쪽 유리는 아예 손도 대지 않은 듯 더러웠다. 백미러 아래는 흙이 묻어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최종점검을 3번 한다. 

기다란 충전식 형광등을 일일이 비춰가며 스스로 검수한다. ‘믿지 말자! 믿지 말자!’라고 되뇌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3번에 걸쳐서 최종점검을 한다. 메타인지가 안된다면 반복된 시스템으로 상대할 수밖에.


이렇게 생각하니 학창 시절에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모르겠으면 외워라’ 무식한 방법이지만(무식하면 몸이 고생이라더니...), 능력과 머리 회전이 평균에서 평균 이하인 나는, 이 나이가 먹고도 모르겠다며 외우고 있다. 그리고 같은 걸 여러 번 한다.

다행히 효과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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