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란 게 원래 그래
하루하루 예약 주문이 꽉 차서 분초를 다투며 이동을 하다가도, 어떤 날은 갑자기 예약 주문이 뚝 끊긴다.
그런가 하면 비가 와서 '오늘은 개점휴업이구나' 하고 기대를 접고 있는데 돌연 예약주문이 밀려들어 오기도 한다. 모를 일이다. 출장세차에도 예약 패턴이 있다.
비가 내리고 하루나 이틀 뒤,
여름휴가시즌 즈음 전후에, 민족의 대 이동이 발생하는 명절 2, 3일 전, 금요일 오후는 대체로 예약이 넘쳐난다. 반대로 일기예보에서 비가 온다는 날의 하루 전부터 당일, 휴가시즌 중, 단풍놀이 시즌, 월요일 등에는 예약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패턴을 깨고 비가 오는 와중에도 예약주문이 들어오곤 한다.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비가 오지 않는 날에 운행하기 위해 미리 하는 고객, 내부만 하는 고객, 차량 에어컨 청소를 하고 싶은 고객, 차량 내부에 무언가(매실액, 젓갈류, 오바이트) 크게 오염이 되어 클리닝을 하는 고객들이 있다. 그러니 비가 온다고 해서 가게 문을 닫고(내 경우엔 주문을 받는 앱의 스케줄을 닫는다) 맘 편히 쉬지도 못한다.
요즈음은 단풍놀이 시즌이다.
올해는 여름의 이상 고온으로 평년에 비해 1주일 늦은 요사이가 단풍의 절정이란다. 불과 15일에서 20일 전만 해도 땡볕과 삼복더위에 쩔쩔매며 일을 했는데, 지금은 선선한 날씨에 '거참 세차하기 딱 좋은 날이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오늘 주문은 꽝이다. 다음 주쯤이면 '외부엔 흙먼지가 가득하고 내부엔 부서진 낙엽이 가득한 차들이 밀려올 것이다'라고 위안을 삼는다.
얼마 전 전화로 예약을 해온 고객이 있었다.
젊은 목소리의 고객은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가기 전에 세차를 하고 싶다고 한다. 누군가를 모시기 위해 세차를 한다고 하는 고객들이 가끔 있는데, 이런 말을 들으면 짐짓 긴장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실수로 어떤 부분을 놓치고 케어를 하지 않은 경우, 고객이 모시는 분이 우연히 그것을 발견하고 고객에게 말이라도 하게 되면 낭패이기 때문이다. 일단 이틀 뒤 오후 1시에 하기로 약속을 했다.
그날 저녁 그 고객의 어머니라며 전화가 왔다.
세차 예약일을 일주일 뒤로 미루자고 하신다. 여행을 다녀오면 차는 또 오염이 될 테니 여행 이후에 해달라는 것이다. 깨끗한 차로 부모님을 모시고 싶은 아들의 마음과 여행 후 아들이 깨끗한 차로 운행하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 사이에 나는 끼어 있다. 세차를 해야 먹고사는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아침밥은 뭐 하러 먹나? 다음에 배고플 점심에 먹지?'
내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아침밥도 먹고 점심밥도 먹는 거다. 여행 전에도 세차하고, 여행 후에도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건 내 욕심이고 그 고객은 여행 이후 세차를 진행했다.
세차 창업 초기, 1년 차, 2년 차, 3년 차가 되어도
예약주문이 없으면 불안감 이상의 묘한 우울감이 든다.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온갖 잡생각이 든다.
'다른 일을 해야 하나?'
'회사를 괜히 나왔나?'
'이번 달은 망한 건가?'
'내가 실력이 없다고 소문이 났나?'
'전단지라도 뿌리고 다녀야 하나?'
'[계란이 왔어요~ 싱싱한 계란이요~]하며 계란 파는 트럭처럼 나도
[세차가 왔어요~ 직접 찾아가는 세차가 왔어요~ 스팀으로 싹 쓸어 드립니다]
라고 녹음을 하여 확성기 스피커를 달고 거리를 누벼야 하나'
이런저런 잡생각이 이어지는 와중에 평생 식당을 하셨던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다 그래. 손님이 뚝 끊기기도 하고 한 번에 몰려서 놓치기도 한다.
손님이 계속 꾸준하게 있으면 좋겠지만 장사란 게 원래 그래"
뭐 별 위안은 안 되지만 맞는 말씀이다.
4년간의 매출 추이를 보면 평균이란 게 있었고, 상한선도 하한선도 있다. 그리고 미약하게나마 단골 고객의 증가와 스킬 향상(?) 때문인지 매출 그래프는 우상향이다. 그러니 나만 나태해지지 않으면 된다. 당장의 주문 없음에 크게 낙담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주문 없는 날에 하릴없이 지나가는 시간이 아까운 건 어쩔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