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냄새를 피웠는가?
“에어컨을 틀면 걸레냄새가 나요!”
“아침에 출근하려고 차문을 열면 곰팡이 냄새가 나요!”
자동차 내부 냄새 때문에 힘들어하는 고객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원인을 모르겠다는 것이다. 냄새가 나는 차에는 십중팔구 송풍구마다 방향제가 꽂혀있다. 방향제의 냄새와 차의 냄새가 섞이면 정말 머리가 아플 텐데, 걸레냄새보다야 나으니 그렇게들 하시는 듯하다. 또 어떤 고객은 자동차 에어컨 필터를 교환했는데도 냄새가 난다고 한다.
뱡향제는 냄새를 없애지 못한다. 다만 냄새를 덮을 뿐이다. 그동안 약 3500대의 내부세차, 의자를 탈거해서 좀 더 세밀하게 진행하는 '내부클리닝' 약 200회, 자동차의 에어컨 청소인 ‘에바클리닝’ 약 100회의 경험치를 쌓으면 알게 된 사실이다. 에어컨이 의심되어 필터를 교체하는 것도 냄새와는 별 관계가 없다. 에어컨 필터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공기 중 먼지를 걸러내는 것일 뿐, 이미 발생한 냄새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나 혼자 타는 차라면야 대충 참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가족이 타고, 지인도 가끔 타는 게 승용차다. 이런 승용차 내부에서 냄새가 나면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게 된다. 해결을 해야 한다. 먼저 냄새가 나는 원인을 알아야 해결도 할 수 있다. 냄새의 원인은 크게 4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차량 내부에 곰팡이가 핀 것이다.
차량을 운행하지 않고 장기간 지하 주차장에 방치하면 곰팡이가 피어오른다. 더구나 비가 내리는 날에 우산을 쓰고 차량으로 와서 뒷좌석 아래에 던저두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면 차 바닥에서 곰팡이가 피어오른다.
둘째, 오염물이 차량 내부에 있는 것이다.
내부 세차를 하다 보면 좌석 아래에서 별의별 물건이 나온다. 그중에는 뽀송뽀송 파르스름게 귀여운 곰팡이 털로 뒤덮인 귤이나 감도 나온다. 고객은 그것이 좌석아래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또한 동승자가 차 내부에 토사를 해서 닦아낸다고 닦았지만 틈새는 덜 닦은 경우도 있다.
셋째, 트렁크에 오염물이 있는 것이다.
자동차 내부와 트렁크는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트렁크가 오염되면 틈새를 타고 차량 내부까지 냄새가 스며든다. 명절에 시골 본가에 방문해서 받아온 간장을 트렁크에 방치하고 있다가 병이 깨져 흐른 경우, 심한 경우 젓갈류를 트렁크에 쏟은 경우도 있었다.
넷째 에어컨이 오염된 경우다.
집에 있는 에어컨이나 차에 있는 에어컨이나 작동원리는 동일하다. 공기를 차갑게 해주는 냉매가 흐르는 판이 오염된 경우가 대다수다. 냉매가 흐르는 판을 에바포레이터라고 한다. 이 에바포레이터를 업계에서는 에바라고 부른다.
에바에 차가운 냉매가 있고, 이 냉매에 공기가 지나며 송풍구를 통해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습기가 생기게 되고, 에바에 물이 맺히게 된다. 냄새는 이 물이 원인이다. 운행을 끝냄과 동시에 에어컨을 끄면 에바는 젖어있는 상태로 다음 운행까지 유지된다. 그 사이 습기가 넘치는 에바에 먼지가 앉고, 외부 유입물도 앉게 된다. 이런 일들이 몇 개월동안 반복되면 드디어 에바에는 곰팡이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이 곰팡이 포자는 에어컨을 틀 때마다 송풍구를 통해 나오게 되고 우리는 걸레 냄새를 느끼는 것이다.
재밌는 것은 에어컨을 계속 틀어 놓으면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이러니 고객들은 괜찮아진 걸로 착각을 하지만 에어컨을 틀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서 냄새가 나지 않는 이유는 에바가 다시 젖기 때문이다. 에바가 젖었으니 곰팡이 포자가 날리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곰팡이에 완전 잠식이 되면 시간이 지나도 냄새가 계속 나게 된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뭘까?
첫째, 둘째, 셋째의 경우는 오염물을 치우면 된다. 가급적이면 일반적인 내부 세차가 아니라 바닥부터 천장까지 클리닝을 하고 소독을 병행하면 더 좋다.
문제는 넷째의 경우다.
집에 있는 에어컨에서 냄새가 나면 에어컨 청소 업체에 의뢰를 한다. 에어컨 업체에서 오면 분해해서 청소를 해준다. 이때 만약 필터만 청소한다면 그건 에어컨 청소를 한 것이 아니라 필터 청소를 했을 뿐이다. 냄새는 계속 나게 된다. 집에 있는 에어컨은 분해를 해서 냉매가 흐르는 에바까지 청소를 해야 더 이상 냄새가 나지 않게 된다.
차에 있는 에어컨은 어떻게 해야 할까? 차에 있는 에어컨도 분해를 해야 한다. 가정용 에어컨과 달리 차량 에어컨의 에바는 차량 깊숙한 곳에 있다. 라디오를 켜고, 에어컨을 트는 곳, 즉 운전자가 오른손으로 조작하는 부위의 안쪽에 위치해 있다. 에바를 보려면 차량의 계기판 부위를 다 뜯어내야 볼 수 있다. 냄새 잡자고 다 분해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에바까지 내시경 카메라를 넣고 에바까지 닿는 장비를 가지고 에바 청소를 한다. 조수석 앞쪽 아랫부분을 최소로 분해를 하고 에바까지 연결되는 통로를 확보하여 청소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에바의 곰팡이를 제거하는 것이 근본적인 청소다. 이런 청소를 '에바클리닝'이라고 한다.
하지만 시중에는 변죽을 울리는 방법들이 넘쳐난다. 차량 내부에 훈증캔을 터트린다거나, 송풍구에 냄새를 덮는 약을 주입한다거나, 에바로 통하는 부위에 구멍을 뚫어 약을 주입한다거나, 심지어 뜨거운 온풍을 틀고 송풍구의 구멍을 다 막아서 공조기 내부를 뜨겁게 하여 냄새를 없애는 방법이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큰일 난다. 공조기 내부가 녹아내려 엄청난 수리비 폭탄을 맞게 된다.
냄새를 없애는 것은 빼기의 작업이지 더하기의 작업이 아니다.
오염은 제거해야 하는 것이지 오염 위에 무언가를 덮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차량 에어컨에서 냄새가 난다면 ‘에바클리닝’이 해결책이다. 에바클리닝을 해서 맑은 공기를 되찾더라도 운전 습관이 바뀌지 않으면 몇 개월 뒤, 다시 냄새가 나게 된다. 에어컨을 틀고 운행을 했다면 목적지에 도착하기 약 10분 전에는 에어컨을 끄고 강한 송풍으로 바꿔서 10분간 에바의 습기를 말려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습관을 들이기가 쉽지 않으므로 ‘애프터블로우’라는 장치를 차에 장착하기도 한다. 애프터블로우는 시동을 끄고 내리면 자동적으로 바람을 일으켜 에바를 말려주는 장치다. 에바를 말려 주기 때문에 곰팡이가 필 염려가 없다.
쾌적한 운행을 하고 싶다면 오염물은 바로바로 치우고, 오염이 심하다면 클리닝을 해야 한다. 큰맘 먹고 대청소를 하거나 집안 물건을 정리해도 조만간 다시 어지러워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만큼 유지가 어렵다. 방법은 주기적인 청소다. 다이어트에 성공해도 방심하면 다시 살이 찌는 것처럼 클리닝 이후에도 잘못된 습관을 바꾸지 못하면 조만간 다시 오염되므로 날짜를 정해서 청소를 해야 한다.
자동차 내부에서 냄새가 난다면 원인을 찾아내 제거해야 한다. 무엇을 더하거나 덮어두면 당장은 괜찮다. 그러나 얼마 뒤 다시 냄새가 나게 된다.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대충 덮어두고 지나가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 간단한 이치를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실행이 어려울 뿐, 그러나 원인의 해결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임을 세차를 하면서 또 한 번 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