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형제원리(form principle)
가끔씩 몸을 가지고 산다는 건 참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라 생각했다. 때가 되면 먹어야 하고, 때가 되면 자야 하고, 때가 되면 일어나야 하고, 때가 되면 씻어야 하고, 때가 되면 화장실을 가야 하는 일이.
또 그렇게 이 몸을 관리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기에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참 버겁게만 느껴졌다. 게다가 그렇게 힘들게 유지한 몸이 시간이 갈수록 늙어가고 힘이 빠져가고 볼품 없어지는 것 또한 참 허무하게 느껴졌다.
그동안 나에게 몸이란 별다른 의미를 찾을 수 없는 고단한 어떤 것에 불과했다. 그런 나에게 휴먼 디자인 주역(Rave I'ching) 46번 관문은 몸이 갖는 어떤 의미를 들려주었다.
휴먼 디자인 46번 관문은 '셀프의 결단(determination of the self)', '위로 올라감(pushing upward)'의 관문이다. 몸은 사원(temple)이며 아무런 기대 없이 '몸'이 가는 경험을 온전히 수용할 때 행운(good fortune)과 발견(discovery)이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 영적 본성으로서의 몸은 사원이다(The body is the temple). 이 몸은 그저 늙어서 썩어 문드러지는 단순한 고깃덩어리가 아니다.
더 나아가 휴먼 디자인에서 말하는 '몸'은 단지 육체라는 의미를 넘어 삶이 펼쳐지는 무대이자 삶 그 자체를 뜻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 몸으로 존재하면서 한계를 수용하고 인간이 된다는 것의 경험을 수용해야 한다. 다름 아닌 '몸(form)'을 통해서 말이다.
생각해보면 나라는 존재는 몸(body)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그 '몸'을 통해서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몸을 넘어선 영적인 어떤 것을 갈구해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몸이라는 형태(form)가 없이는 그리고 몸이 움직이는 길을 수용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것도 결코 가능하지 않다. 이 몸은 승객이 머물기에 가장 완벽한 장소인 것이다.
형체원리에 따르면 결국 모든 것은 이 형체(form)가 올바르게 존재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리고 휴먼 디자인이 강조하는 전략과 권위 역시 다름 아닌 이 몸이 올바르게 작동하게 할 수 있는 도구인 셈이다.
‘몸'이린 것은 참으로 그 어떤 신비보다 놀랍고 경이롭고 쇼킹하다.
휴먼 디자인은 승객이 머무는 완벽한 장소인 '몸'이 실제로 작동하는 메커니즘, 다시 말해 '형체원리(form principle)'를 다룬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인성, 성격, 철학, 심리 등을 다루는 학문이 아니라는 말이다.
휴먼 디자인 창시자 Ra Uru Hu는 휴먼 디자인을 만나는 건 대단한 축복이라고 말했다. 휴먼 디자인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인간이 어떻게 디자인되었는지 그 메커니즘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휴먼 디자인은 인간의 '몸'이 작동하는 메커니즘인 형체의 원리(form principle)의 진화, 즉 몸(form)에 대한 것을 다루는 인류 최초의 인간 사용 설명서다.
뭔가 어려운 개념인 듯 하나, 인류 진화의 역사를 보면 이 말을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약 500만 년 전에 출현한 최초의 직립보행 인간 이후,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를 거쳐 지금의 우리를 뜻하는 과도기적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in Transitus)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이 형태(form)의 진화다.
(앞으로 얘기하겠지만 지금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라 1781년 천왕성의 발견과 함께 9 센터로 진화된 '호모 사피엔스 인 트랜지투스'라고 불리는 기존과 다른 형태의 9 센터 인간이다. 형체는 9 센터이지만 여전히 과거 오랫동안 지속된 7 센터 메커니즘의 영향을 받고 있는 불안정한 육신에 탑재한 과도기적 존재 transitional form라는 말이다. 그리고 2027년에는 레이브 Rave라고 불리는 새로운 종이 출현한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그리고 휴먼 디자인은 인간의 목적은 이 형체 원리의 진화를 목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승객은 이 몸의 메커니즘을 체험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휴먼 디자인은 인간의 역할을 이렇게 정의한다.
'이 형태(form)에 탑승한 목격자(witness)다.'
휴먼 디자인에 따르면, 1781년 천왕성이 발견되고 나서 우리의 운송수단(form)에 놀랄만한 변이(mutation)가 생겼다. 그 변이는 바로 7 센터 인간(seven-centered being)에서 9 센터 인간(nine-centered being) 으로의 변이다. 그리고 이 변이로 인해 우리 삶의 근간이 근본적으로 뒤흔들리게 됐다.
7 센터 인간에서 9 센터 인간으로의 놀랄만한 변이를 이끈 사건은 바로 1781년 천왕성의 발견이다. 이 사건이 우리에게 미친 영향력은 실로 막대하다 이것이 우리 인간의 생명 순환 주기(life span) 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천왕성이 발견되기 전까지 우리 인류는, (천왕성의 영향을 받지 않고) 토성의 영향을 받아 30년 생명 순환 주기를 살았다. 즉 토성 주기의 영향을 받는 동안 인류의 평균 수명은 약 30세였고, 그 절반인 약 15세 전후가 되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어른으로 불렸다.
하지만 천왕성 발견 후 인간의 생명 순환은 천왕성 주기의 영향을 받게 되었고, 이에 따라 인간의 수명도 84년으로 연장됐다. 이에 어른이 되고 성숙하는데 토성 주기보다 약 25년 연장된 약 40년이 걸리는 몸을 갖게 됐다.
이렇게 천왕성의 발견과 함께 9 센터로 진화된 현재의 인간을 일컬어, ('호모 사피엔스'가 아닌) '호모 사피엔스 인 트랜지투스(homo sapiens in transitus)'라고 부른다.
즉 휴먼 디자인에서 말하는 현 인류는 기존 7개 센터와는 다른 형태의 9개 센터 인간으로 변이하고 있는 과도기적 육신이다.
과거 7개 센터 시대에 우리가 살던 방식에 있어 모든 권위는 통치자, 신, 전략적 마인드에 있었다. 즉 권위는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내 '밖'에 있었다. 다시 말해서 과거 7 센터 존재는 항상 부모, 교사, 상사, 권위자, 종교지 도자 등 외부의 누군가로부터 '무엇을 하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살아왔다.
즉 7개 센터 시대에는 모두가 한데 모여서 외부에서 결정한 똑같은 생각, 신념, 가치를 갖고 살도록 균질화(homogenization) 됐다. 이렇게 7개 센터 인류는 각 개인의 다름을 인정하는 대신 거대한 균질화를 통해 서로 뭉치고 합심하여 찬란한 문명을 이루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외부에 권위를 두고 전략적으로 살아갔던 과거 7개 센터 인간이 아니다. 현재 우리는 7개 센터의 수직 상승하는 체계보다 훨씬 진보되고 복잡한 시스템을 갖도로 변이 된 9개 센터 존재다.
이제 새롭게 진화된 9 센터 인류는 과거 외부의 권위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몸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왜냐면 지금 우리는 자신만의 고유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내부 권위'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결혼, 직장, 연봉, 관계 등 삶의 모든 것을 전략적 마인드로 결정하는, 지난 9만 년 동안 지속된 7개 센터 메커니즘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바로 이러한 과도기적 불안정성이 우리의 삶을 이토록 혼란스럽게 하는 이유다.
역학적으로 계산이 불가한 이 '변이'는 지금 우리 인간이 처한 존재적 상황을 잘 설명해주기도 한다. 왜 인간의 수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는지, 왜 지금 이 문명사회는 이토록 혼란스러운지, 왜 30살이 훌쩍 넘은 사람들이 그토록 어른스럽지 못한 것인지, 왜 지금 많은 사람들이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말이다.
우리의 몸(form)은 진작에 7 센터에서 9 센터로 업그레이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탑재된 운영체제를 업그레이드하지 못한 채 여전히 기존 7 센터 운영제체를 깔고 사용하다 보니, 우리 운송수단 곳곳에서 '저항' '고통' '혼란' 등의 에러와 버그를 경험할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9개 센터 몸은 권위가 7개 센터 시대처럼 내 '밖'에 있지 않고 내 '안(inner authority)'에 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는 말이다.
진화니 변이니, 이런 말이 듣기에 다소 거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구한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 모든 것이 이러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변이'하고 있음을 그리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인류의 역사는 기존 종의 '멸종'과 새로운 종의 '탄생'을 반복하며 발전을 지속해 온 '진화의 역사'다. 우리는 지구의 역사를 통해 대량 멸종이 최소한 다섯 번 내지 여섯 번 반복적으로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인간이 등장한 시점을 정확히 찾기란 쉽지 않지만, 약 700만 년 전에서 500만 년 전쯤 어떤 유인원에게 돌연변이가 일어났고, 그런 돌연변이 중에서 생존에 유리한 것들은 보존되면서 결국 생존에 좀 더 적합한 종인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으로 이어졌음을 알고 있다.
휴먼 디자인은 이 장구하고 거대한 역사의 파노라마 속에서 인류가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은, '진정한 깨어남(true awakening)', '자기 수용(self- acceptance)', '자기 사랑(self-love)'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7 센터에서 9 센터로 업그레이드된 우리의 운송수단에 새롭게 탑재해야 할 새로운 운영체제인 것이다.
솔직히 내가 지식적으로 보고 배운 이러한 말들을 하고 있을 때면, 마치 연애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누군가가 연애 매뉴얼을 보고 연애하는 법을 읊조리는 것처럼, 이 말들이 가슴에 실감 나게 와 닿지도, 이 말의 느낌이 제대로 느껴지지도 않는 게 사실이다.
아마도 이번 생은 처음이라 인생의 여정에서 경험하는 모든 게 서툴고 어색하듯, 이러한 듣도 보도 못한 과도기적 불안정한 몸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의 여정 역시 처음이라 이러한 생소한 느낌이 드는건 당연한 듯하다.
나의 이 생소한 느낌처럼, 새롭게 진화된 9 센터 인류는 이제 막 '자기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탐험하기 시작하고 있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싫든 좋든, 믿든 믿지 않든, 어쨌든 이 지구 상에 있는 각 개인은 이 끊임없는 역사의 일부로서, 이 장대한 진화의 여정과 이 흥미진진한 탐험에 참여하며 성장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 여정은 ‘정신적 깨어남'이고 '진정한 자유'를 향한 탐험이다.
그래서 휴먼 디자인은 영성이 아니다. 100% '정신적 지식'이고 9개 센터 인류를 위한 자기 발견의 실제적인 '매뉴얼'이라고 말한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 이 모든 걸 이해하고 살아가는 일은 그저 어렵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