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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를 생각하면

by 남궁인숙

친구의 직업은 닥터.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는 가난한 수련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친절한 잘 나가는 의사 선생님이다.

우리는 만난 지 30년이 되었다.

그 친구는 예나 지금이나 너무 차분하고 조용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항상 그 자리에 있다.


세월은 나를 많은 것을 바꿔놓았지만,

그 친구는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몸무게, 말투, 웃음, 나를 대하는 눈빛도

언제나 그랬듯이 나에게는 한결같다.

그런 모습이 좋다.

착하고, 성실하고, 부드럽고,

무엇보다 자기 일 외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딴청도 부리지 않는다.

요즘 보기 드문 곡선이 아닌 직선 같다.

무리하지도 않고, 과시하지도 않지만

늘 꾸준히 자기 길을 걸어가는 그런 사람이다.


어떤 때는 그런 친구가 안쓰럽다.

이제는 '성공했다'라고 말해도 무방한 인생을 살고 있다.

적당한 재력과,

여유로운 가족의 형태,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다.

누구나 부러워할 법한 삶을 사는 그 친구를 보며,

나는 때때로 묘한 감정을 느낀다.


애잔함.

정확한 이유는 없다.

나보다 훨씬 더 잘 살고 있고,

돈도 많이 벌었고,

가정적으로도 안정된 삶을 누리는 그 친구에게,

나는 주제넘게 보호(?) 본능을 일으킨다.


그 마음은 어쩌면

내가 가진 시간의 기억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없던 시절,

서로의 부족함을 숨기지 않고도

편하게 웃을 수 있었던 그 시절을

함께 지났기 때문일까.



우리는 자주 만나지 않아도,

서로의 삶을 자세히 말하지 않아도,

그냥 잘 아는 사이다.

걷는 뒷모습만 봐도,

그 친구의 목소리의 리듬만 들어도,

요즘 어떤 마음인지 눈치챌 수 있는 그런 관계.

나만 그렇게 느낄 수 있다.


나는 그 친구가 지금처럼만 있어주면 좋겠다.

지루할 만큼 성실하고,

예측 가능할 만큼 진심인 친구,

나의 사소한 삶의 여정에 관심 갖고,

맞장구 쳐주는 그런 친구다.

오래된 나무처럼,

내 삶 어딘가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는 존재다.


세상이 요란해도 흔들리지 않는 그런 사람으로.

곁에 있어 주면 좋겠다.

자주 연락은 못해도,

몇 년에 한 번 연락이 닿아도,

내 마음 한편에는

그 친구에 대한 깊고 조용한 애정이 있다.

그건 아마도,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그 친구에 대한 아주 사적인 감정일 것이다.


그리고 오늘,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나의 글을 매일 구독하는 정기 구독자였다.

'브런치 스토리'를 통해 읽었던 근황을 얘기하면서 열심히 수다를 떨었다.

그 친구와 통화 종료 후,

내내 우울했던 기분이 UP 되었다.


햇살에 반사된 기억처럼,

나는 그 친구의 이름을 가만히 불러본다.



https://suno.com/s/Rnqxv0rDzvBWJEhr



〈그 친구〉


작사: 콩새작가

작곡: 수노


1절

서른 살 그 봄날에

처음 널 만났지

조금은 어색했던

서로의 눈빛 사이


시간은 흘렀어도

넌 그대로인데

왜일까 난 자꾸만

너를 감싸주고 싶어



지금은 말하지 않아도

네 마음을 알아

웃는 얼굴 뒤에 감춰진

작은 쉼표까지

넌 몰라도 괜찮아

내 맘은 너의 등 뒤에서

조용히 불어오는

바람이 되어줄게


2절

세상은 널 칭찬해

성공한 삶이라며

하지만 나는 알아

너의 고요한 무게


너는 늘 같았지만

난 자꾸만 달라져

그래도 넌 여전히

내게 따뜻한 사람



지금은 말하지 않아도

네 마음을 알아

웃는 얼굴 뒤에 감춰진

작은 쉼표까지

넌 몰라도 괜찮아

내 맘은 너의 등 뒤에서

조용히 불어오는

바람이 되어줄게


이유는 몰라도

가끔은 애잔한 너

괜히 걱정하고 싶고

괜히 미소 짓게 돼



우리의 시간은 그렇게

말없이 흘러도

그 자리에 네가 있어

참 다행이야

넌 몰라도 괜찮아

내 맘은 너의 하루 끝에

가만히 머물러

너를 지켜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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