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체다(Seceda) 여행

by 남궁인숙

오르티세이(Ortisei)에 이틀간

머무르면서, 돌로미티의 대표적인

풍경과 문화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에밀리아 호텔을 거점으로 오르티세이

마을산책과 세체다(Seceda) 여행은

그야말로 최고의 장관이었다.


케이블카로 세체다 정상(약 2,500m)

이동은 드라마틱한 톱니바위 능선과

푸른 초원의 장관을 급변하는 날씨로

삼계절을 모두 감상할 수 있었다.

푸른 초원을 가르며 케이블카는 천천히

높이 올랐다.

발아래로 오르티세이의 붉은 지붕들이

점점 더 작아지고, 돌로미티의 회색빛

절벽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진다.

그렇게 나는 세체다의 정상에 다가섰다.



정상에 서는 순간, 세체다의 날카로운

능선이 내 앞에 펼쳐진다.

칼날처럼 솟아오른 바위는 천 년의 세월을

깎아낸 지구의 흔적이고,

그 뒤로 이어진 봉우리들은 끝없는

파도처럼 겹겹이 펼쳐져 있었다.

눈부신 햇살과 흩날리는 구름이

그 위를 스쳐 지나가며, 산맥 전체가

거대한 그림처럼 변주된다.



나는 그 풍경 앞에서 말없이 서 있었다.

그저 바람과 함께 호흡하며, 내 안의

소음들이 하나씩 잠잠해지는 것을 느낀다.

세체다에서의 침묵은 공허가 아니라

충만이었다.

평온을 더해 줄 멀리서 들려올 법한 소떼의

방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오늘따라 비가 오니 소떼를 보기는 어려웠다.


세체다는 자연의 오래된 리듬을 들려주는

장소였다.

여기서는 성급한 발걸음조차 산의 호흡에

맞추어 천천히 바뀌어간다.

세체다에 오른다는 것은 단순히 높은 곳에

서는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스스로의 작음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무한한 세계와 연결되는 경험이었다.

우리가 산을 바라본 것이 아니라,

산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시 일상으로 내려가야 하지만,

세체다의 능선은 오래도록 내 안에 남을

것이다.

삶이 다시 분주해져도, 마음 한편에는

언제나 이 고원의 바람이 흐를 것이기

때문이다.


세체다의 능선 위에서 바람과 침묵을 마셨던

나는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마을로 내려왔다.

돌로미티의 하늘이 점점 멀어지고,

붉은 지붕들이 서서히 가까워지자,

일상의 소리들이 다시 귓가에 스며든다.

그러나 이곳의 일상은 또 다른 방식으로

특별했다.


시내 광장에 들어서자, 뜻밖에도

'야외 전시 프로젝트'가 열리고 있었다.

돌담 옆에 세워진 설치 작품,

거리의 돌바닥 위에 놓인 사진들,

아이들이 웃으며 뛰노는 가운데 불현듯

눈에 들어오는 조각상.

그것은 마치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갤러리가 된 듯한 풍경이었다.



세체다에서 본 풍경이 거대한 자연의

예술이었다면, 마을의 전시는 인간이

빚어낸 예술이었다.

산은 영원을 품고 있고,

사람은 순간을 붙잡는다.

그러나 그 둘은 서로 닮아 있었다.

산의 절벽이 바람에 깎여 형상을 이루듯,

인간의 마음도 삶의 바람에 깎여 예술을

만든다.


한 작품 앞에서 나는 오래 서 있었다.

그것은 오래된 마을 사진을 재해석한 설치물이었다.

흑백의 얼굴들 사이에서 나는 잠시 시간

여행자가 된 듯, 이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숨결을 느낀다.

그 순간 여행은 단지 새로운 장소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낯선 공간에서 익숙한

인간의 흔적을 발견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세체다의 고요와 마을의 전시는 서로 대조되면서도 이어져 있었다.

자연과 인간, 고원과 도시, 침묵과 언어.

그 사이를 오가는 것이야말로 여행자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호사일 것이다.


광장을 떠나며 언젠가 내 삶도

누군가에게는 작은 전시 작품처럼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순간의 기록이 모여 결국 한 사람의

이야기가 되듯, 지금 이 여행도 언젠가

나의 전시가 될 것이다



https://suno.com/s/C1URejvnOW0gkbpK


세체다의 바람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1절

구름을 가르며 올라선 그 길

세상은 멀어지고, 바람은 깊어지네

칼날 같은 능선 위에 서서

나는 작은 점 하나로 머물렀네


세체다의 바람아, 내 마음을 안아주오

끝없는 산맥 사이에 흩어진 나의 침묵

돌아가는 길에도 잊지 않으리

하늘과 땅을 이어준 너의 노래를


2절

초원 위에 소리 없는 종소리

풀잎마다 빛나는 영원의 흔적

시간조차 멈춘 듯한 그 순간

나는 나를 잃고, 다시 나를 찾네


세체다의 바람아, 내 마음을 안아주오

끝없는 산맥 사이에 흩어진 나의 침묵

돌아가는 길에도 잊지 않으리

하늘과 땅을 이어준 너의 노래를


멀리서 본 마을의 불빛조차

이제는 또 다른 별빛 같아

나는 알았네, 여행은 풍경이 아니라

변해가는 나의 이야기임을


세체다의 바람아, 영원히 남아주오

내 안의 산맥이 되어 다시 불러주리

돌아온 삶 속에서도 나는 듣네

하늘과 땅을 잇는 너의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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