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티세이 마을의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붉은빛 외벽에 쓰인 낯선 이름이 멈춰
세운다.
'Resciesa.'
문득 이 단어는 하나의 장소이면서도,
마치 오래된 주문처럼 들린다.
그 속에는 알프스의 초원,
돌로미티의 바람,
그리고 아직 보지 못한 하늘의 빛이
숨어 있는 듯하다.
레시아사역에서 케이블 열차가 나를
기다린다.
짧은 8분의 오르막,
그러나 그 시간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평지의 일상에서 고원의 비밀로 들어가는
문턱이다.
창밖으로 물러나는 마을의 지붕들,
점점 더 작아지는 골목,
그리고 차츰 가까워지는 산의 숨결.
마치 세속에서 한 겹씩 옷을 벗겨내듯,
나는 점점 더 가벼워진다.
레시에사 고원에 도착하면,
세상은 전혀 다른 얼굴로 펼쳐진다.
풀빛은 더욱 선명하고,
바람은 오래된 어린이 성가대처럼
맑고 깊다.
산책길 옆에는 순례자들의 발자국이
새겨져 있고, 목초지에는 여름을 잔뜩
머금은 꽃들이 피어난다.
이곳에서는 시간도 더디게 흐른다.
시계의 바늘이 아니라,
구름의 그림자가 초원을 가로지르는
속도로 하루가 잰다.
여행에서 가끔은, 목적지가 아니라
그곳으로 올라가는 길이 삶을 바꾼다.
레시에사의 푸니쿨라레(산악열차)는
단순히 사람을 실어 나르는 교통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를 일상의 언덕 너머로 이끌어,
잠시라도 본래의 ‘나’와 마주하게 한다.
이렇게 여행은 풍경 앞에서 변해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한다.
레시에사(Resciesa)의 고원은 알프스의
수많은 봉우리 중에서도 고요함을 품고 있는
곳이다.
케이블카나 푸니쿨라레를 타고 올라서면,
먼저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과 탁 트인 하늘이다.
그 길 위에 세워진 거대한 십자가,
바위 위에 우뚝 선 그 모습은 단순한
종교적 상징을 넘어 인간 존재의 덧없음과
동시에 숭고함을 일깨워준다.
길을 따라 더 걸어가니 순백의 작은 예배당이 나타난다.
투박한 돌담 위에 단정히 서 있는 그 하얀
교회는 풍경 속에서 특별히 돋보이려 하지
않고, 오히려 자연과 하나 되려는 듯 겸손한
자세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앞에 서면, 종교를 떠나 누구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 고요를 만나게 된다.
세상의 소란이 멀리 사라지고, 오직 바람과
종소리 같은 자연의 음성만이 남는다.
이곳을 걸으며 나는 단순히 장소만 옮겨
걷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는
과정임을 깨닫게 된다.
십자가 앞에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작은 성당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는 순간,
인간은 자연 앞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동시에 그 작은 존재가 얼마나 큰 의미를
품을 수 있는지를 느끼게 한다.
흐린 하늘 아래, 검게 드리운 예수의 형상은
마치 돌로미티 산맥이 오랜 세월을 지켜온
'침묵의 언어' 같다.
그 앞에 선 사람들은 작은 여행자가 아니라,
거대한 자연과 '역사의 증인'이 된다.
레시에사의 고원은 그래서 특별하다.
장엄한 풍경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내면을
더 크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비로소 나의 삶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잔잔한 답을 듣게
될 것 같다.
여행은 장소를 옮기는 일이 아니라,
영혼의 무게를 바꾸는 일이다.
레시에사의 십자가와 성당은 그 사실을
잊지 말라고 나에게 속삭인다.
인간은 유한하지만,
그 유한함 속에서
무한을 사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하나의 거대한 '시(詩)'이며
'철학'이다.
https://suno.com/s/ayBYBnS3fGzAG31D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1절
흐린 하늘 십자가 아래
나는 나의 그림자를 본다
돌처럼 무겁던 하루들이
바람에 실려 흩어져 간다
레시에사의 바람아, 내 영혼을 감싸라
고통과 희망이 함께 춤추는 길 위에서
작은 성당의 종소리, 내 마음을 두드리면
나는 다시 태어나, 침묵 속의 노래로
2절
하얀 벽에 새겨진 기도
아무 말 없는 돌담도 울린다
덧없는 생을 안아 올리며
영원은 지금 여기 머문다
레시에사의 바람아, 내 영혼을 감싸라
고통과 희망이 함께 춤추는 길 위에서
작은 성당의 종소리, 내 마음을 두드리면
나는 다시 태어나, 침묵 속의 노래로
유한한 나의 삶 속에 무한이 스며들고
어둠은 빛을 향해 길을 열어 간다
레시에사의 바람아, 내 노래를 들어라
산과 하늘이 하나 되는 그 순간에
작은 인간의 발걸음도 별처럼 빛나리니
나는 그 빛 속에서 영원을 노래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