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나(Verona) 거리

by 남궁인숙

'돌로미티 트래킹' 일정을 마무리하고

마지막 날, 일행은 아웃렛으로 향했다.

단체로 움직이는 여행이기에, 나 역시

그 흐름에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여행을 자주 다니다 보니 외국의

아웃렛에서 사고 싶은 물건도,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도 없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 발짝

물러나, 지인과 함께 노상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익숙한 커피 향이 퍼지는 공간에서

에스프레소 잔을 손에 감싸 쥐자,

복잡했던 발걸음에 여유가 찾아왔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한적한

쇼핑가의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그저 커피 한 잔에 담긴 고요를

즐겼다.

여행의 마지막 순간,

물건이 아닌 시간과 향기를 사는 셈이었다.


일행과 함께 쇼핑 후, 다시 다음 코스인

'베로나(Verona)'로 향했다.

베로나는 고대 로마의 역사,

중세시대의 건축,

르네상스의 문화,

셰익스피어의 낭만이 공존하는 도시였다.


'에르베 광장(Piazza delle Erbe)'

도착했다.

이곳은 카페와 시장이 활기가 넘쳐나고,

고대의 건축과 분수가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가 되었기 때문에 이곳은

'사랑의 도시'로 불린다.


베로나의 거리를 걷는다는 건, 시간을

거슬러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자취를

밟는 일과 같다.

실제로 베로나에는 '줄리엣의 집(Casa di Giulietta)'이라 불리는 건물이 있어

수많은 관광객들이 사랑의 상징을 찾아

방문한다.

'줄리엣의 집'은 줄을 서서 관람하는

연인들이 꼭 찾는 명소였다.

줄리엣의 발코니와 동상은 사랑을

기원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남자들이 줄리엣

동상의 젖가슴에 손을 얹고서 사진을

찍었다.

'줄리엣의 동상'을 만지며 사랑을

기원하는 것 같다.

줄리엣의 발코니 아래에서 연인들의

속삭임이, 세레나데가 오늘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시내를 가로지르니 '아디제(Adige) 강'

휘돌아 흐른다.

중세풍의 다리와 붉은 지붕의 집들이

어우러져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시간에 쫓기면서 거리를 활보하다가

원형극장 앞에 도착했다.

'아레나의 원형극장'에서는 여름마다

오페라 페스티벌이 열리며,

음악과 사랑의 도시 이미지를

강화시킨다.



원형극장 앞에 서면 천년의 노래가

울려 퍼질 것 같다.

로마 콜로세움보다 작지만 보존 상태가 뛰어나보였다.

베로나 구시가지 전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어,

역사적 깊이와 낭만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베로나는 짧은 여행이었지만, 내게 하나의

연극처럼 강렬한 장면을 남겼다.

베로나의 거리를 걷다 보니, 고대 로마의

돌길과 르네상스 건물이 나란히 서서

수백 년의 시간을 건너뛴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아레나의 거대한 벽 앞에서 천년의 숨결을

듣는다.



수많은 세월 동안 이곳을 스쳐간 사람들의

발자국, 환호와 눈물, 그리고 침묵까지도

이 돌벽에 스며든 듯했다.

손끝으로 거친 벽을 더듬으면,

마치 과거의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말을 건다.

몰락, 사랑과 죽음이 새겨진 거대한 서사시의

장막과도 같다.

수많은 세대가 이 자리를 거쳐 갔지만,

결국 남은 것은 인간의 목소리가 아니라

침묵의 돌이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단순한 여행자가 아니라,

역사의 한 조각과 마주한 작은 증인이 된다.

바람이 불어오자 돌 사이사이에 숨어 있던

시간의 먼지가 흩날리며, 천년을 이어온

이야기가 여행자의 가슴에 대고 속삭인다.



https://suno.com/s/KChuFV4N8784CE0h


베로나 거리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베로나 거리에 발을 디디면

천년의 노래가 들려오네

줄리엣의 창가 아래서

사랑의 꿈이 피어오른다


베로나, 나를 안아주네

짧은 순간이 영원이 되어

돌다리 위의 저 노을빛

내 마음 깊이 스며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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