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티나 최고봉, 토파나(Tofana)를 향해
가는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나오는
여행객들과 마주한다.
일요일 아침의 일상은 이탈리아나 한국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코르티나 담페초(Cortina d’Ampezzo) 거리는 이른 아침에 이미 활기를 띠고 있었다.
카페 앞에서 신문을 펼치는 어르신,
쇼윈도에 진열된 알프스풍 의상과 등산
장비들, 그리고 유럽의 작은 영화제 포스터,
교회 종소리에 맞춰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들.
멀리 떨어진 두 나라지만,
일상의 풍경 속에서는 같은 리듬과 같은
온기가 흐른다.
그 순간, 나는 여행이 낯선 것을 만나는
길이면서도 결국은 익숙한 삶의 본질을
확인한다.
그 길 위에 서니, 여행자가 아니라 잠시
그곳의 주민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낯선 곳에서 익숙함을 느낄 때,
여행은 비로소 내 삶의 일부가 된다.
일요일 아침, 코르티나 담페초 거리에는
어떤 특별한 축제가 열리는 것 같다.
삼삼오오 모인 전통 의상을 입은 주민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궁금해하는 관광객을 위해 기꺼이
사진을 함께 찍어주었다.
토파나 등정을 시작하며 가슴은 산처럼
부풀어 올랐다.
리프트와 케이블카를 번갈아 타면서 정상에
서니 눈앞에 펼쳐지는 하늘빛은 매 순간
새로웠다.
토파나 등정을 마치고 버스에 올라
'미주리니 호수(Lago di Misurina)'로
향했다.
호수는 거울처럼 고요했고,
물 위에 비친 산봉우리는 또 하나의
세계처럼 느껴졌다.
잠시 산책을 하며 호흡을 고르며,
여행이란 단순히 이동이 아니라 마음의
호흡을 맞추는 길이라는 걸 깨닫는다.
점심을 먹고, 드디어 돌로미티의 하이라이트,
'트레치메(Tre Cime di Lavaredo)'와
마주했다.
세 개의 거대한 봉우리는 오랜 세월 동안
바람과 눈비를 견디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돌로미티에 온 이래로 최고의 빛나는
날씨였다.
바위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는 길 위를
걷는 동안, 나는 그 웅장함 앞에서 한없이
작은 존재였지만 동시에 그 작은 나조차
품어주는 자연의 너그러움에 깊이
감동했다.
트레치메를 오르는 동안 몇 번이나
돌아갈까 망설였다.
숨이 차오르고 다리가 무거워질 때마다,
'이쯤에서 멈출까'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그러나 이 또한 하나의 시험이었다.
삶이 던지는 도전처럼,
끝까지 걸어내야 비로소 마주할 수 있는
풍경이 있기 때문이다.
마침내 동굴에 이르러, 웅장한 트레치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순간,
내 심장은 흥분으로 뛰었다.
눈앞의 산은 나에게 묻는 듯했다.
'포기하지 않은 자만이 이곳에 선다.'
그때, 7개월 된 임산부가 천천히 올라와
사진을 찍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뱃속에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또 하나의 생명이 있었다.
그 아이가 세상에 나와 언젠가 이 장면을
알게 된다면, 엄마의 용기와 집념을
얼마나 자랑스러워할까.
트레치메의 바람은 단순히 풍경을 넘어,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숨결처럼 느껴졌다.
오늘 이 산길에서 나는 완주의 의미와
삶을 이어가는 힘을 다시 배운다.
오늘 하루는 긴 트레킹으로 이어졌지만,
그 모든 순간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였다.
'나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산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이미 그 침묵
속에서 나는 답을 얻고 있었다.
https://suno.com/s/RLAsojTilMEtEwwf
1절
몇 번이나 돌아설까
숨이 차오른 이 길 위에서
멈추고 싶은 마음 넘어
끝까지 걸어 나아간다
트레치메, 나를 시험하네
포기 없는 발걸음 위에
동굴 속에서 마주한 순간
세상은 나를 안아주네
2절
작은 생명 품은 채로
오르는 엄마의 그 용기
내일 태어날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노래되리
트레치메, 나를 시험하네
세대를 잇는 그 숨결 위에
산은 말없이 전해주네
끝까지 가라, 두려움 넘어
포기 속엔 빛은 없고
완주 속에 희망이 있네
오늘의 땀방울이 내일의 기억이 되어
영원히 흐르리
트레치메, 나를 시험하네
사랑의 힘이 이끌어주네
동굴 너머 펼쳐진 하늘
내 안의 삶이 노래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