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의 아침

by 남궁인숙

새벽, 호텔에서 화장실 변기가 막혀

작은 물소리조차 멈춘 정적 속에서,

변기의 물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차올랐다.

프런트 데스크로 전화를 걸어 해결했다.

여행 중 ‘불편함’이란 이런 것이겠거니

생각했다.


아침이 밝았다.

조식을 마치고 룸으로 돌아와 현관문

손잡이를 돌렸을 때, 센서의 반응이

없었다.

도어록의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된

느낌이었다.

잠시 후, 나는 호텔 로비로 내려와 프런트

데스크 직원에게 정중히 상황을 설명하고,

도어록 배터리가 방전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현관문이 덜 잠겼을 것이라고

하면서 나에게 현관문을 세게 밀어보면

제대로 잠겨서 열릴 것이라고 했다.


나는 다시 룸으로 올라갔다.

세게 현관문을 밀어보고, 카드 키를 도어록에

대어 보았으나 역시 반응이 없었다.


나는 다시 프런트 데스크로 내려갔다.

직원은 이번에는 '카드 키'를 새로 세팅해서

교환해 주었다.

새 카드 키를 받아 들고 다시 룸으로

올라갔다.

카드 키를 도어록에 대어 보았으나 역시

반응이 없었다.


나는 긴 복도를 몇 번이나 오가야 했다.

문은 여전히 묵묵했다.

한참을 씨름하다가 결국 프런트데스크로

시 내려갔다.

조금은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도어록이 전혀 열리지 않아요.

수리공을 보내주세요.”


직원은 당황한 표정으로 잠시 고개를

끄덕였다.

“곧 담당자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정중한 말이었지만, 그 말이 무척

느리게 들렸다.

나는 다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 순간, 이 호텔의 긴 복도는 마치

나를 시험하는 미로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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