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빛 가을

by 남궁인숙

나이아가라 폭포를 지나 '꽃시계'를 향해

가던 길이다,

농장 옆 길가의 작은 마켓 앞에서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수십 개의 호박들이 박스 가득 쌓여 있었고,

그 색은 마치 가을이 한꺼번에 모여 앉은

듯했다.

짙은 오렌지, 부드러운 크림색, 거칠고

울퉁불퉁한 표면까지 제각각의 얼굴을

지닌 채, 모두가 햇살을 닮은 빛을 품고

있었다.

비에 젖은 껍질은 더욱 선명했다.

촉촉한 윤기가 돌며, 색은 살아 있는 듯

숨을 쉬었다.

나는 그 빛을 ‘따뜻함의 농도’라 부르고

싶었다.

가을의 호박빛은 단순한 색이 아니라,

태양이 여름 내내 품었다가 내어주는

마지막 온기다.

오렌지색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해준다.

불처럼 뜨겁지 않지만, 벽난로의 불씨처럼

오래 남는 따뜻함이 있다.



가게 앞마당의 크고 작은 호박들은 마치

가을의 노래를 부르듯 늘어서 있다.

둥근 주황빛, 희고 울퉁불퉁한 표면,

어떤 건 마치 웃음기를 품은 얼굴 같았다.

가게 주인이 말하길,

“핼러윈이 가까워서요,

매년 이렇게 장식해요.”


호박들은 하나같이 모양이 다르고, 색도,

질감도 달랐다.

어쩌면 사람도, 인생도, 저렇게 생긴 대로

빛나는 걸까.

누군가는 매끄럽고 단정한 삶을,

또 누군가는 울퉁불퉁하고 굴곡진

시간을 살아간다.

그러나 햇빛 아래 놓이면 모두가 따뜻하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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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눈빛에서 질문을 읽고, 그들의 침묵에서 마음의 언어를 듣고, 어린이집 현장에서의 시간과 심리학의 통찰로, 아이들의 성장을 이야기합니다. 여행을 통해 예술을 해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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