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통의 미학

by 남궁인숙

그날 저녁, 나는 벤프의 작은 리쿼샵에서

사 온 한 병의 샤르도네를 열었다.

라벨엔 르네상스의 신화 속 여인처럼,

천을 걸친 한 인물이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배경은 신전이 아니라

'SLIPPERY WHEN WET'

(젖으면 미끄러움)이라는 노란 경고문이

쓰여 있었다.

고전과 일상의 경계가 충돌하는 순간,

나는 이미 이 와인의 성격을 짐작했다.

이건 정통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 와인이었다.



'Unorthodox Chardonnay'

말 그대로 '비정통적인 샤르도네'였다.

오크향이 짙은 부르고 뉴풍 대신,

캐나다 스카하 벤치의 공기를 머금은

청명함이 먼저 입안에 들어왔다.

과일향은 순수했고, 산미는 솔직했다.

그것은 마치 미술관의 성화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젊은 여인이, 페인트칠이 덜 마른

세상 속을 걸어가는 듯한 맛이었다.


그 순간 문득 나 또한 인생의 많은 장면에서

‘정통적이지 않은 선택'해왔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예의 바른 길보다는 낯선 길을,

안전한 규칙보다는 내 안의 목소리를

따라갔던 시간들이 있었다.

어쩌면 이 와인을 고른 것도,

그런 나의 작은 반항의 표현이었을지도

모른다.


'비정통적이다'라는 말은 종종 비난처럼

들리지만, 사실 그것은 창조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고흐가 캔버스 위에 해를 두 번 그려

넣었을 때,

피카소가 인물의 눈을 한쪽에

몰아넣었을 때,

그들 역시 세상의 정통에서 벗어난 ‘Unorthodox’였다.

그리고 바로 그 불균형이 예술을,

인생을 아름답게 만든다.

샤르도네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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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눈빛에서 질문을 읽고, 그들의 침묵에서 마음의 언어를 듣고, 어린이집 현장에서의 시간과 심리학의 통찰로, 아이들의 성장을 이야기합니다. 여행을 통해 예술을 해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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