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과 감정의 철학

루벤스의 붓끝에서 태어난 인간

by 남궁인숙


붉은색의 욕망,

금빛의 오만,

그리고 살빛의 생명력은

바로크 시대가 발견한 인간 중심의 철학을

시각화한 것이다.

루벤스의 '파리스의 심판'을 마주하면,

신화는 더 이상 신들의 이야기로 남지

않는다.

그는 인간의 감정이 색으로 바뀌는 순간을

그렸다.

붉음은 신의 언어보다 더 뜨겁고,

금빛은 권위보다 더 차갑고,

살빛은 생명보다 더 진실하다.

루벤스는 신화를 통해 '인간'을,

육체를 통해 '영혼'을,

색을 통해 '철학'을 말했다.


'붉음'은 인간이 부정할 수 없는

감정의 색이다.

그것은 피와 열, 그리고 생명 그 자체의

맥박이다.

루벤스의 붉은색은 단순한 유혹의 상징이

아니다.

그는 붉음을 ‘선택의 온도’로 사용했다.

파리스의 손끝이 닿는 순간,

여신들의 살결에 스며드는 붉은 기운은

인간의 망설임, 감정의 불안을 드러낸다.


붉음은 죄와 열정의 경계에서 흔들린다.

루벤스는 이 불안한 색을 통해 인간의 본질이

‘이성’이 아니라 ‘욕망’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의 붉음은 사랑의 색이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가 떨리는 색이다.


루벤스의 화면에서 '금빛'은 헤라의 세계다.

왕관, 장식, 공작새의 깃털이 모두 금빛으로

빛난다.

그러나 그 광휘는 묘하게 냉랭하다.

그는 금색을 따뜻하게 그리지 않는다.

그것은 권력의 상징이자, 인간이 스스로

만든 허상이다.

금빛은 빛나지만, 그 속엔 어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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