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 2016)는
컬러로 말하는 영화다.
대사는 섬세하고, 인물의 표정은
정제되어 있지만,
그 모든 심리와 긴장은 컬러를
통해 말하고 있다.
박찬욱 감독은
“모든 프레임은 의도를 담은 회화처럼
구성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영화에서 색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감정의 온도이며, 관계의 질감이다.
영화의 초반, 히데코가 살고 있는 저택은
회색빛 안개와 짙은 그림자에 잠겨 있다.
서재는 검은 목재로 채워져 있고,
조명은 차가운 청회색이다.
그 어둠은 곧 그녀의 내면이라고 볼 수 있다.
억압된 욕망, 봉인된 기억,
그리고 말하지 못한 언어들.
블랙은 이 영화에서 일반색이 아니었다.
그것은 '통제'와 '지배'의 색이다.
남성 중심의 세계 속에서 여성의 존재를
가두는, 무거운 공기의 색이다.
히데코가 입고 있는 흰 드레스는 처음엔
순결의 상징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흰색은 ‘깨끗함’이 아니라
'가면'이었다.
그녀는 타인의 욕망을 흉내 내며,
흰색 속에 감춰진 자신을 보호한다.
그런데 숙희가 들어오면서 흰색은
달라진다.
그녀의 웃음과 손길, 눈빛 속에서
흰색은 조금씩 생명을 얻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두 여인이 배 위에서
다시 마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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