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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 하나가 지켜낸 마음

by 남궁인숙


지난주 토요일 학회 기조강연에서 들은

남영 조식선생의 이야기.

『남명집』의 '자성록(自省錄)' 관련

기록에서는 이런 취지가 강조된다.

'마음이 조금이라도 사사로움으로 기울면,

방울이 울려 나를 깨우게 하려 했다.'라는

뜻이다.

- 정인홍의 『남명집 부록』 중 기록 -


여기서 ‘사사로움’은 욕심, 분노, 거짓된

마음 등을 뜻한다.

남명 조식의 ‘방울(鈴)’ 이야기는 그가 왜

‘실천적 유학자’로 평가받는지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다.

출처는 『남명집(南冥集)』과 그의 제자들의

기록(정인홍, 김우옹 등의 문집)에 기반한다

남명은 스스로 '마음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이 방울이 울릴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정신을 늘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한 자기

경계(警戒) 한 순간의 잡념도 용납하지

않는 경(敬)의 철저한 실천이다.

외면을 꾸미려는 장식이 아닌,

내면을 바르게 하려는 도덕적 장치다.

그는 제자에게도 '학문은 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단속하는 행위로

이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기록에 따르면, 방울은 허리에 찬 작은

은방울 형태였다.

장식용이 아니라 흔들면 맑은 소리가

나는 단순한 구조였다.

잠시라도 마음이 흐트러지면 무의식적으로

몸이 움직여 방울이 울린다.

울림을 듣는 순간 스스로를 돌아본다.

즉, '마음의 경계 장치(Alarm)'역할을

한다.


남명은 항상 이 방울을 차고 다녔으며,

공부할 때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일종의

'도덕적 알림 기능'으로 삼았다.

남명은 방울과 검 두 가지를 평생 곁에

두었다.

방울은 자신을 단속하는 수양의 도구였으며,

은 세상의 불의에 맞설 의로움의

상징이었다.


남명 사상을 요약하면 '나를 바로 세우는

방울과 세상을 바로 세우는 검'이라는

구조로 볼 수 있다.

남명의 방울은 단순한 일화가 아니라

‘경(敬)의 실천 철학’이 물질화된 사례로

평가된다.

학문이란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돌아보고 실천해야

한다는 남명의 태도를 보여준다.

이 이야기는 이후 조선 지식인들에게 큰

상징이 되었으며, '학자는 먼저 자신을

단속해야 한다'는 영남학파 전통에도 깊은

영향을 주었다


남명 조식이 허리에 작은 방울 하나를

차고 살았다는 이야기는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방울은 장식품이 아니었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상징도 아니었다.

그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방울이

울릴 것이라 믿었고, 그 소리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려 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삶을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한 자기 경계의 장치였다.

생각해 보면 우리 시대의 방울은 그와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일정표를, 누군가는 명상 알람을,

또 누군가는 사람의 한마디를 통해 자신을

추스른다.

그런데 남명에게는 그것이 작은 방울이었다.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맑게 울리는 그 소리는,

그의 마음이 잠시라도 사사로운 욕심으로 기울어지면 곧장 스스로를 깨우는 신호였다.


그는 평생 벼슬을 마다하고 은거하면서도

매 순간 마음을 지키려 했다.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위한 마음가짐이

아니라, 결국 자신의 삶을 책임지기 위한

태도였다.

그 방울이 울렸던 순간들은 아마도 남명 자신에게만 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 조용한 울림은 시간 속에서

멀어지지 않고 여전히 남는다.

무엇이든 내면을 단속하는 사람의 삶은 결국

흔적을 남긴다.


우리도 하루하루 살다 보면 문득 마음이 흐트러지는 때가 있다.

남에게는 작은 일처럼 보이지만, 자신에게는

무너지는 기점이 될 때. 그럴 때마다

'나만의 방울'이 하나 있었으면 한다.

남명처럼 늘 허리에 차고 다니는 형태일

필요는 없다.

다만 마음을 곧게 세우고,

다시 나를 바라보게 만드는 무언가.

그 방울은 스스로에게만 들리는 소리일

것이다.

가끔은 조용하고, 때로는 날카롭고,

또 어떤 날에는 부드럽게 울리며 말한다.

'지금의 너를 잃지 말아라.'


남명은 그 방울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잃지 않았고, 우리는 그 방울 이야기를

통해 삶을 지키는 태도란 무엇인지 되묻게

된다.

아마도 인생의 중요한 순간은 거창한

선택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조용한 울림을 들을 수 있는

사람에게 찾아오는지도 모른다.



https://suno.com/s/ZvyjoPVFP6kQeNfp




남명의 방울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1절

작은 방울 하나를

허리에 걸어 두고

흔들릴 듯 마음이 젖을 때면

맑은 소리로 나를 불렀네


잠깐의 욕심에도

살짝 기운 마음에도

조용히 울려 나를 깨우던

그 작은 빛, 나의 방울


후렴

울려라, 나의 방울아

흐트러진 날 다잡아 주어라

오늘을 바로 세우는

내 마음의 작은 불빛아


2절

남명은 말했지

사람의 마음은 흐르는 물

멈춰 서지 않으면

금세 탁해져 버린다고


그래서 그는 언제나

그 방울 곁에 두었네

바른 길을 잃지 않으려는

담담한 그의 다짐처럼


후렴

울려라, 나의 방울아

흐트러진 날 다잡아 주어라

오늘을 바로 세우는

내 마음의 작은 불빛아


엔딩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아도

내 안의 울림이 길이 되리니

작은 방울 하나의 마음으로

나는 나를 지켜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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