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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다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를 읽고

by 남궁인숙

'한국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다.'이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통계가 보여주는 사실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2023)」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은 0.72명(2023년 확정치)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숫자가 1명도

되지 않는 시대가 왔다.

어제 읽은 책,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이철희, 2023)』

에서는 이 문제를 '노동 인구의 붕괴'라는

관점에서 풀어냈다.

이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일어나는

현실임을 강조한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아이의 부재는 개인의 선택 이전에 사회

시스템의 결과이며, 그 영향은 모든 세대에게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는 현상은 곧바로

학교의 폐교, 지역 공동체의 소멸,

청년층의 절대적인 감소로 이어진다.

'노동할 사람이 급격히 줄어드는 사회는 경제성장의 기반을 잃는다'라고 진단한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서도 15~64세

생산가능 인구는 2020년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전환했고, 2030년이면 지금보다

수백만 명이 줄어들었다.


아이의 부재는 단순히 가족 구성원의

변화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

돌보는 사람,

세금 낼 사람이 사라지는 일이다.

'아이가 왜 태어나지 않을?'

책에서는 사회구조적 부담을 정면으로 지적

하고 있다.

주거비의 과도한 상승과 장시간 노동,

불안정한 고용,

양육·교육비의 부담,

돌봄 공백의 현실적인 체감,

육아를 사회가 함께 책임지지 않는 구조

등이라고 한다.

즉, '아이를 낳을 용기'가 없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아도 살아갈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

사회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는 통계와 잘 맞닿는 말이다.


여성가족부의 「저출산 인식조사(2022)」

에서도 미혼·비혼 청년들이 결혼·출산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가

'경제적 불안정',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이었다.


도시에선 유아차의 수가 줄어들고,

유아차엔 강아지가 앉아있는 게 현실이다.

촘촘하던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통폐합되거나 폐원되고 있다.

시골엔 한 반에 두세 명만 남은 초등학교와

폐교가 늘어난다.

병원과 상점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들로

붐비고, 놀이터는 소음 대신 정적을 품는다.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에서 저자가

묘사하듯, 이것은

'한 세대 전체가 수축하는 장면'이며,

그 장면은 이미 한국 곳곳에서 현실이 되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단순한 출산 장려정책은 효과가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돈을 준다고 아이를 낳는 시대는 끝났다.

대신 삶의 조건을 바꾸는 전면적인 시스템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주거 안정돌봄 국가 책임 확대, 그리고

노동시간 단축과 안정적인 고용이다.

육아휴직과 유연근무의 실질적 가능성이

확대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은 벌써 10여 년 전부터

많은 학자와 연구가들이 부르짖던 말이다.

'효과 없음'이다.


아이를 낳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 선택이 '가능한 선택'이 되도록 만드는

것은 사회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 세대가 없는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게 될까?

아이의 부재는 경제 지표의 문제 이전에,

사회가 유지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다.

새로운 생명,

새로운 꿈,

새로운 서사를 잃어가는 일이다.


어느 도시의 등굣길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발걸음,

놀이터의 웃음소리,

마트에서 장난감을 고르는 작은 손 등

그 모든 풍경이 줄어드는 사회는 이제

자연스럽게 활력을 잃고 미래를 잃는다.

노동 인구의 감소와 세대의 축소는 결국

그 사회가 스스로를 재생산하는 능력을

잃었다는 신호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사회는 '삶의 구조'

무너진 사회라고 본

이제 저출산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유난히 한국만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이유도

'개인의 취향' 때문이 아니다.

아이를 낳을 '여력이 없는 사회'로 만든 것은

바로 우리 사회의 시스템적인 실패라고 본다.

그래서 우리는

“왜 청년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가?”라고

묻기 전에 "이 사회는 과연 한 명의 아이를

받아들일 만한 곳인가?”를 먼저 묻는 것이

맞다.


아이 한 명이 태어난다는 것은 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한 사회가 다음 세대에게

건네는 희망이다.

그리고 지금 그 희망의 끈은 점점 얇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https://suno.com/s/Q9E5W2ImUnRIeEwf




더 이상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다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1절

조용한 골목길에 발자국이 줄어들고

그네만 바람에 흔들리는 오후

하루가 또 흘러가도 아무도 오지 않는

작은 놀이터엔 햇빛만 머문다


언젠가 가득했던 웃음의 울림들이

기억 속 먼지처럼 흩어지는데

모두들 말하네, 개인의 선택일 뿐이라고

하지만 난 알아, 선택의 자리가 사라진 걸



2절

불이 꺼진 교실마다 이름표만 남아 있고

창문엔 오래된 햇살만 들이쳐

누구도 떠나지 않았지만

누구도 오지 않는 마을의 시간은

점점 느리게, 더 느리게 흐른다


사랑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랑을 버틸 공간이 없어서

책이 말했듯, 잘못은 누구도 아닌

함께 지켜야 했던 구조의 틈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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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눈빛에서 질문을 읽고, 그들의 침묵에서 마음의 언어를 듣고, 어린이집 현장에서의 시간과 심리학의 통찰로, 아이들의 성장을 이야기합니다. 여행을 통해 예술을 해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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