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 비가 내린다.
여행의 계획을 바꿔야 한다.
호텔의 수영장은 파랗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들어가고 싶게
파랗다.
그런데 호텔 수영장에 아무도 없다.
하얀 파라솔은 단정하게 서 있고,
선베드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다.
마치 “오늘은 쉬는 날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잔디는 지나치게 초록이다.
비를 맞아 더 초록이 됐다.
이 초록은 자연을 부른다기보다
“뭐든 내일 해도 돼”라고 속삭인다.
그리고 하늘.
이도 저도 아닌 회색.
이 회색이 문제다.
산책 계획, 라운딩, 여행 일정, 의욕을
전부 중간에서 끊어버린다.
재미있는 건,
컬러들이 이렇게 명확한데,
사람의 마음은 오히려 차분해진다.
파란 수영장은 유혹하지만
회색 하늘이 제동을 걸고,
초록 잔디는 괜히 나를 편히 눕게 한다.
오늘의 미야코지마는
휴양지가 아니라 색채 실험실 같다.
비 오는 날,
컬러가 많을수록
사람들은 덜 움직인다.
아마 이 호텔의 컬러 디자이너는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 컬러들의 조합에서는
아무도 부지런해질 수 없다는 걸.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라운딩 대신 창밖을 본다.
이건 게으름이 아니라
컬러에 취한 것 같다.
https://suno.com/s/iaKr7hxqXS8Qx8tC
작가:콩새작가
작사:수노
1
파란 수영장은
오늘도 날 부르는데
회색 하늘은
고개를 저어
하얀 파라솔 아래
아무도 없고
초록 잔디는
눕자고 말해
비가 와
계획은 접어 두고
지금은 그냥
보고만 있어
비가 와
아무것도 안 해도
이 하루는
이미 휴가야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