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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보어(omnivore)의 시대

by 남궁인숙

'옴니보어(omnivore)'는 생물학적

의미에서 '잡식성(雜食性)'이라는 뜻이다.

식물과 동물을 모두 먹는 생물 인간, 곰,

돼지 등이 잡식성이다.

어원은 omni(모든)와 vore(먹다)이다.


옴니보어는 사회·문화적 의미로 보면

특정 취향이나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것을 폭넓게 수용하는 성향을

가리킨다.

음악도, 책도, 음식도, 취향도 가리지 않고

폭넓게 즐기는 사람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단어다.

원래는 동식물을 모두 먹는 잡식성을 뜻하는

생물학 용어였지만, 이제는 문화와 소비,

사고방식을 설명하는 말로 더 자주 쓰인다.

이때의 의미는 무분별함이 아니라

개방성과 선택 능력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겉으로 보면 이는 분명 긍정적인 변화처럼

보인다.

특정 장르, 특정 계층의 문화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세계를 넘나드는 태도는 개방성과

유연함을 상징한다.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를 구분 짓던 경계는

느슨해졌고, 취향은 더 이상 신분이나

교양의 증표가 아니다.

오늘은 오페라를 듣고,

내일은 트로트나 아이돌 음악을 듣는 일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옴니보어라는 말에는 한 가지 중요한 전제가

빠지기 쉽다.

그것은 ‘선택’이다.

잡식은 아무것이나 닥치는 대로 먹는 행위가

아니라, 소화할 수 있는 것을 가려 먹는

능력까지도 포함한다.


문화적 옴니보어 역시 마찬가지다.

많이 소비하는 것과 잘 소비하는 것은

다르다.

넘쳐나는 콘텐츠 속에서 우리는 정말로

스스로 잘 선택하고 있는가?

아니면 알고리즘이 내미는 것을 무심히

받아들이고 있는가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가리지 않는 태도가 어느 순간

‘생각하지 않는 수용’으로 바뀔 때,

옴니보어는 풍요가 아니라 피로가 된다.

이것도 보고,

저것도 읽고,

이것도 듣지만

정작 무엇이 나에게 남았는지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다양성은 늘었지만, 밀도는 얇아졌다.

많이 먹었지만 영양은 부족한 상태와

비슷하다.


지금의 시대에 필요한 옴니보어는

무차별적 소비자가 아니라,

선별하는 잡식 가다.

폭넓되 얕지 않고,

개방적이되 무비판적이지 않은 태도.

좋아하는 것과 불편한 것을 모두 접하되,

왜 좋고 왜 불편한지를 스스로 묻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옴니보어는 트렌드가 아니라

삶의 태도가 된다.

우리는 정말로 많이 먹고 있는가,

아니면 잘 먹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옴니보어의 시대는 풍요의 시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선택의 책임이 개인에게

돌아온 시대이기도 하다.


무엇을 먹을지보다,

어떻게 먹을지를 고민하지 않으면

잡식은 곧 혼탁이 된다.

다양함을 견디는 힘은,

생각하는 소비에서 나온다




https://suno.com/s/2tW6u8kH2jPBSbZL



옴니보어의 시대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오늘은 클래식

내일은 오래된 팝

손에 쥔 리모컨처럼

취향은 빠르게 바뀌고

책장엔 장르가 없고

플레이리스트엔 경계가 없어

많이 듣고 많이 보는데

남는 건 왜 이렇게 적을까


가리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 없이 산다는 뜻은 아닌데

내가 고른 줄 알았던 선택이

어디서 왔는지 모를 때

배는 부른 옴니보어의 하루

마음은 여전히 허기져

무엇을 먹었느냐보다

어떻게 삼켰는지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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