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습도 차이

by 남궁인숙

여자는 빨래처럼 눅눅해 있다.

비를 맞은 것도 아닌데, 괜히 무겁고,

잘 마르지 않는다.

햇볕이 분명 비쳤는데도, 어딘가 속까지

스며든 물기가 빠져나오지 않는다.


반면 남자는 뽀송하게 말라 있다.

바람을 잘 타는 사람처럼,

금세 털어내고 가볍게 일어선다.

어제의 말,

지난밤의 표정,

마음을 스치고 지나간 갈등까지도

금방 증발시킨다.

마치 처음부터 젖은 적이 없었던 것처럼.....


같은 시간을 통과했는데,

왜 그들은 다른 촉감을 가지고 서 있을까.

관계에는 온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습도’가 있다.

온도는 순간적으로 올라가고 내려가지만,

습도는 오래 남는다.

감정이 증발하지 못하면 공기 중에 머물러

그들을 무겁게 한다.


여자는 그 공기를 들이마시며 하루를 산다.

그래서 자꾸만 생각이 길어지고, 말은

짧아진다.



남자는 다르다.

남자는 감정을 정리하는 속도가 빠르다.

문제를 분석하고,

결론을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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