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를 짓다

by 남궁인숙

얌전한 외모의 작곡이 취미인 후배가 있다. 매일 아침 밤을 세워 만들어 낸 자작곡을 한 번 들어봐 달라며 육성으로 가녹음을 하여 보내준다. 본인이 만든 음악을 소비자의 마인드로 들어보고 코멘트해달라는 것이다.

후배는 거의 잠을 자지 않는 것 같다. 밤마다 곡을 만들고, 녹음을 하고 유튜브로 영상을 만들어 사이트에 올리는 일을 즐긴다. 외모와는 달리 열정 만수르다.

잠은 좀 잤느냐고 물으면 잠이 오지 않아서 작곡을 한다고 한다. 아니 작곡을 하다 보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후배는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작곡가인 것 같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멜로디나 글들을 잊지 않고 메모해 뒀다가 생각날 때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작곡을 한다.

취미로 하는 작곡의 단계를 넘어서 가끔은 본인이 쓴 곡으로 동요 책도 만들고, 기획사를 찾아서 가수로 하여금 본인의 곡을 녹음하고, 음원 사이트에 발매를 하기도 한다.

아침마다 보내주는 음원들을 제대로 코멘트해주지 못해 미안할 지경이다. 열정을 녹여낸 음악들을 곡을 만든 후배를 위해서 음악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지만 귀를 열고 들어 본다. 어떤 곡은 몇 번 들어보면 노래가 흥얼거려지며 잔상이 계속 남아있게 되는 곡들도 있다.

아! 실력자다.

가끔은 음악에 대해 아는 것도 없으면서 꼰대 짓도 해본다. 문맥이 맞지 않고 듣는 이에게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등의 헛소리를 해 본다. 잔소리와 헛소리의 폼 안 나는 소리로 후배의 콧잔등에 찡한 울림의 바이브레이션을 올려놓는다.

혀에 발린 달콤한 소리만 하면 그 이상의 발전에 방해가 될까 봐 잘한다고 달달한 사탕 같은 칭찬이 받고 싶은 후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쓴소리를 한다. 나의 쓴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그녀는 나름의 음악 천재다.




적이 한 사람도 없는 사람을 친구로 삼지 말라.

그는 중심이 없고 믿을 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이다.

차라리 분명한 선을 갖고 반대자를 가진 사람이 마음에 뿌리가 있고 믿음직한 사람이다.

- 테니슨(영국의 시인) -




글을 쓰는 것처럼 작곡을 하는 일도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일일 것이다. 글을 쓰는 작가가 사각의 원고지를 펴놓고 무엇을 먼저 써야 할까 고민하면서 첫 글자를 써내려 가기까지 수없는 번민으로 전두엽의 흔들림을 털어내며 시작되는 글쓰기처럼, 작곡가가 오선지 위에 악보를 그리기 위한 첫 손놀림의 고뇌는 같은 무게를 지녔을 것 같다.

이번 기회에 시(詩)에 관심을 갖고 작정하고 써보기로 하였다. 후배의 작곡에 내가 시를 써서 붙여보면 어떨까 라는 혼자만의 즐거운 생각을 해본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오늘은 마음먹고 시를 한편 써 보았다. 시를 쓰려고 하니 세상의 모든 것에는 반드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써 내려가기 위해 선택된 단어들은 내게 또 다른 의미로 가슴을 파고 들어온다.

지인과 주고받았던 문자 내용을 토대로 짧은 글을 음률에 맞춰 적어 내려가 보니 초보 시인 노릇이 제법 즐겁다.




파리풀


파리풀 파리풀 파리 잡는 파리풀

파리 잡아 파리풀은 어깨를 으쓱!

파리풀 파리풀 파리 잡는 파리풀

꽃도 예뻐 파리풀은 어깨를 으쓱!

파리풀 파리풀 파리 잡는 파리풀.

몸매 좋아 파리풀은 어깨를 으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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