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강사를 지냈던 20대 시절에 10월의 마지막 날이면 미국인이 즐기는 핼러윈 데이 행사를 했다. 영어권에서 행해지는 축제일 등을 가르치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를 익히는 것으로 언어를 배우는데 유익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2000년대 영어를 가르치던 원어민 강사들에 의해 핼러윈 데이 축제가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미국에서 온 스티븐이라는 동료 원어민 강사에게 이 축제의 기원을 듣게 되어 나도 아이들에게 가르쳤었다.
핼러윈의 유래를 알아보면 그리스도교 축일인 만성절(11월 1일)의 전 날에 다양한 유령 복장을 하고서 즐기는 축제였다. 열 달을 기준으로 달력을 사용한 켈트족에게 10월 31일을 여름의 끝이라고 보았으며, 11월 1일을 새로운 해의 첫날임을 기념하기 위함이었다.
켈트족은 수확이 끝나고 추운 겨울이 시작되는 경계선이 되는 날에 왜 유령복장을 해야 했을까?
기원전 5세기경 켈트족이 거주했던 지금의 아일랜드 지방과 북유럽 지역에서 사는 캘트족은 다양한 음식을 차려놓고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사악한 유령들이 살아있는 사람들을 해치지 못하도록 기원을 하기 위해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불명확해지는 날이라고 생각하면서 평소에 나타나지 않는 유령이 나타날 것이라고 믿는 풍습이 있었다.
10월 31일이 되면 마을 사람들이 죽은 자의 유령으로부터 본인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몸을 차갑게 하고, 유령 복장을 하고, 괴이한 분장을 하여 죽은 자처럼 속여서 시끄럽게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유령이 자기 몸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풍습이 이민자들에 의해 점점 완화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면서 핼러윈 데이는 즐거운 축제가 되었다.
미국에서는 핼러윈 데이에 커다란 호박을 사서 속을 파내고, 눈과 코 입을 도려내어 그 안에 초를 넣어 촛불을 켜놓는 풍습으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촛불을 켤 수 있게 만든 호박 등을 'jack-o-lantern'이라고 부른다.
핼러윈 데이를 상징하는 검은색 거미나 박쥐, 검은 고양이 같은 장식물로 집 주변을 꾸며준다. 이 날은 우스꽝스러운 유령 복장을 한 이웃 아이들이 가가호호 돌아다니면서 사탕과 초콜릿을 주민들에게 달라고 조른다.
"과자를 주지 않으면 장난칠 거예요?"라고 외치면 이웃들은 그 모습이 귀여워서 사탕 등을 미리 준비했다가 바구니에 담아주는 풍습이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사탕의 절반 이상이 이 날 아이들을 위해 쓰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받아들인 핼러윈 데이는 풍습의 의도와 상관없이 아이들의 놀이가 변색되어 어른들의 놀이가 되어버렸다. 기업 마케팅에서 이용하는 핼러윈 제품들과 핼러윈 행사의 기획 의도, 주점이나 식당 등에서 상업적으로 이용하면서 핼러윈의 본질을 흐리고, 희한한 복장을 하고서 밤새도록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소리를 지르고 춤을 추면서 핼러윈을 즐기는 그들만을 위한 축제가 되어버렸다.
강사 시절 아이들과 즐겁게 사탕 놀이했던 기억이 떠올라 올 해는 어린이집에서 핼러윈 데이를 시도해 보았다. 10년 만에 해보는 핼러윈 데이에 선생님들은 핼러윈 장식 앞에서 사진을 찍어 주고, 아이들을 위해 호박 바구니에 사탕을 넣어서 하원할 때 손에 들고 가게 하였다.
그런데 어젯밤 뉴스에서 이태원에서 핼러윈 데이를 즐기기 위한 사람들이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이태원 골목길에서 사고를 당한 희생자들이 너무 많았다.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유가족들에게는 깊은 위로를 드린다.
출근하자마자 쓰레기 봉지에 핼러윈 가랜드와 검은 고양이 풍선, 호박 풍선, 검은 개미 풍선, 박쥐 풍선 등을 정리해서 집어넣자니 긴 한숨이 나온다.
지난주에 결석한 아동의 호박 사탕 바구니가 덩그렇게 놓여있는데 담임교사는 사진을 못 찍은 결석생을 위해 사진을 찍어주고 싶어서 장식을 치우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저것도 치울까?' 생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