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을 베었다

by 남궁인숙

하루 종일 아파트 단지 내에서 단풍으로 물든 가을을 배경으로 아이들의 작품을 전시하였다.

동네 주민들과 초 중고생들, 영 유아들이 작품을 열심히 감상하고 고개를 끄덕여 주면서, 즐거운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학부모 운영위원님들이 주축이 되어 간식도 팔고, 작품마다 궁금해하는 관람자들에게 해설도 해주어 작품 전시회가 성황리에 잘 끝날 수 있었다.

원장 선생님이 지휘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해내는 우리 학부모님들은 정말 요즘 말로 '짱'이다.

작품 전시가 거의 끝나갈 무렵부터 오후 4시 이후부터 교직원들은 또다시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작품을 철수하고 화분을 옮기고, 주변을 정리한 후에 교실에 널브러진 쓰레기들을 치우느라 분주했다.

1년에 한 번뿐인 작품 전시회였지만 원장 선생님은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5년에 한 번 씩 받아야 하는 위탁심사 준비로 서류를 편집하고 마무리하느라 책상 앞을 떠나지 못했다.

전시회 잔해들을 치우고 정리하는 교실에서 갑자기 비명소리가 나더니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보조교사가 원장실에 들어와서 "원장님! 밖에 좀 나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라고 한다.


아기반 교사가 교실에서 교재교구를 정리하던 중에 우드락을 잘게 분리하면서 우드락과 함께 자기 손가락을 커터 날로 자르는 사건이 생겼다.

엄지 손가락을 칼로 베인 것이다.

순간 빨간 피가 튀고, 흘러내리니 너무 놀란 것 같았다.

나는 서둘러서 차에 태워 응급실로 향했다.

병원이 근거리에 있고, 내가 운전을 잘할 수 있어서 다행인 순간이었다.


나보다 더 씩씩한 주임교사는 수건으로 다친 교사의 엄지 손가락을 꼭 누르고, 다친 교사와 함께 동행하였다. 자동차 앞 미러를 통해서 뒷 자석을 바라보니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바로 올해 입사한 신입교사는 많이 아픈지 긴장감으로 얼굴이 까맣게 타들어 간다.

우리 둘째 아들과 동갑내기인 교사는 키도 작고 마르고, 마치 아기처럼 생겼다.

말투도 아기 같고, 몸도 왜소하여 보육교사라는 직업이 버거워 보이는 체격이다.

오늘따라 더욱 다친 손가락과 연결된 팔뚝이 아주 가냘파 보인다.

긴장하지 않도록 농담 같지도 않은 농담을 던지면서 응급실에 도착했다.

문진표를 작성하고 나니 간호사는 '응급실은 보호자와 환자, 두 사람만 들어갈 수 있으며, 만일 한 사람이라도 더 응급실에 들어갔다가 발견되면 벌금이 삼백만 원'이라고 알려준다.


보호자 대기실에서 바라보는 초저녁 응급실 풍경도 새롭다.

올해 응급실에 온 게 두 번째, 한 번은 5세 아이가 다쳐서 왔었고 지금은 교사가 다쳐서 찾아왔다.

응급실에 올 때마다 매번 드는 생각은 '응급실에는 아픈 사람이 참 많기도 하다.......'

응급실 진료실에 진료를 받기 위해 들어 간 두 사람은 아홉 시가 다 되어도 진료실 밖으로 나오지를 않았다.

전광판에 영상검사 완료, 의사의 초진은 진행 중이라고 자막이 쓰여 있어서 응급실 내 상황을 짐작을 할 수 있었다.

위탁 책자 준비로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보호자 대기실에 멍하니 앉아 있자니 눈물이 핑 돈다.

'나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

낯설지 않은 하루가 참 고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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