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된 옥수수 택배상자

by 남궁인숙

요즘 옥수수가 제철이다.

어린 시절 시골에 살 때 한여름 어스름이 내린 저녁시간이면 모기를 쫓기 위해 마당 한쪽에 모깃불을 지펴 놓고 평상 위에는 낮에 밭에서 따온 옥수수를 가득 펼쳐놓고 옥수수 껍질을 벗겨냈던 기억이 났다.

어머니께서는 도중에 부엌에서 뜨끈뜨끈하게 옥수수를 삶아내어 오고 그 옥수수를 먹어가면서 옥수수 껍질과 수염을 죽죽 벗겨냈었다.

밭에서 갓 따온 옥수수에서는 향긋한 냄새가 났다.


지난주에 갑자기 강원도 원주로 귀촌을 해서 살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일 년 만에 전화가 왔다.

옥수수 농사를 지었는데 판로가 없다면서 혹시 어린이집에서 사줄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나는 난감하였다.

아무리 좋은 물건을 지인이 사달라고 부탁을 하여도 정식으로 식자재 유통업체에서 판매하지 않는 물건은 급식물품으로 배송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 부탁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모처럼의 부탁을 거절하고 나니 마음 한구석이 영 개운하지 않았다.

마침 급식 담당선생님이 다음 주 수요일에 옥수수가 오후 간식인데 급식업체에 발주를 넣었는데 옥수수가 단종되어 자동으로 취소가 되었다고 하였다.

나는 전화받은 게 생각이 나서 "그럼 제가 알아볼게요"라고 하고서 원주에 사는 지인에게 전화를 하였다.

마침 그곳에는 옥수수가 있다고 택배로 보내주겠다고 하였다.

"월요일에 보내면 화요일 오후에 도착하니 수요일에 드실 수 있어요"라고 하였다.

난 주소를 보내고 반드시 화요일에 배송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였다.

화요일 늦은 오후가 되자 급식 담당선생님은 옥수수가 도착하지 않았다고 걱정을 하였다.

원주에 전화를 했더니 월요일에 택배를 보냈다고 택배회사에 알아보고 전화를 주시겠다고 하였다.

다시 원주에서 전화가 와서 하는 말이 택배회사에서 택배사고가 난 것 같다고 하면서 옥수수 상자가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다고 하였다.

정말로 난감하였다.

"당장 내일 오후 간식인데 어떻게 하죠?"

그랬더니 마침 수확해 놓은 옥수수가 있으니 내일 새벽 고속버스로 보낼 테니 고속버스터미널에 가서 찾아가라고 하였다,

그렇게라도 해주시라고 부탁을 하고서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아침 출근을 하자마자 원주에서 전화가 왔다.

"분실될까 봐 경비실에 옥수수를 맡겨놓았으니 경비실에 가서 찾아요."라고 하였다.

지인은 새벽에 원주에서 직접 옥수수를 싣고 어린이집까지 배달해 준 것이다.

나와 주임교사는 정문에 위치해 있는 경비실에 가서 사연 있는 옥수수롤 찾아왔다.


오후에 조리사님은 오후간식으로 배식하기 위해 옥수수 껍질을 벗겨내고 소금과 설탕을 섞은 물에 앉혀 옥수수를 맛있게 삶았다면서 쪄낸 옥수수를 가져와서 검수해 보라고 하였다.

제법 맛이 좋았다

그러자니 '띵동' 택배 한 상자가 배달이 왔다.

바로 그 분실되었다던 옥수수 상자가 돌아 돌아 어린이집까지 무사히 도착한 것이다.

또다시 난감해졌다.

조리사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오늘 저 옥수수 껍질을 벗겨 삶지 않으면 상할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다시 옥수수를 삶을 수는 없다고 단칼에 거절하였다.

눈치 백 단인 옆에 있던 급식 발주 담당선생님은 본인이 삶을 테니 껍질만 벗겨달라고 하였다.


겨우 나는 안도의 숨을 돌리고 다시 원주에 전화를 하였다.

"잃어버린 옥수수 택배상자가 왔어요."

"어머나! 어떻게 하죠?"

나는 속으로 '저더러 물으시면 제가 뭐라고 대답을 해드려야 할까요?'되뇌었다.

"제가 알아서 선생님들과 나눠 먹든지 할게요. 그래도 택배상자를 찾아서 다행입니다."

"계좌번호 남겨주세요."

이렇게 옥수수에 얽힌 해프닝은 일단락되었고,

옥수수 대금을 두 배 지불하고, 결국 급식비로도 지출하지 못하고 개인경비로 처리하였다.

늦게 도착한 옥수수의 껍질을 벗겨보니 알맹이가 더욱 실하게 생겼다.

웃기고도 슬픈 오늘의 옥수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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