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짝지근한 무화과

너희가 무화과 맛을 아니?

by 남궁인숙

예전에는 과일 중에서 가장 맛이 없는 것을 뽑으라고 한다면 나는 당연히 '무화과'를 뽑았을 것이다.

일곱 살 무렵이었을 때 아버지께서 우리 집 네모난 굴뚝 옆에서 자라는 개나리꽃 무리를 지나서 무화과나무 한 그루를 심으셨다.

지중해 연안에서나 자라는 무화과나무를 집 안에 심었던 건 그 당시에 따뜻한 지역에서 잘 자라는 무화과나무를 집집마다 집 안에 심는 게 유행이었을 것이다.

우리 집과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옆집은 전형적인 양반집 형식의 커다란 고택이었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둔 옆집은 담벼락 위로 커다랗게 솟아오른 오래된 무화과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그 옆집 무화과나무에서는 여름만 되면 탐스런 무화과가 열렸고, 우리 집 대청마루에 앉아있으면 옆집 무화과 열매가 아주 잘 보였다.

뒤늦게 심은 우리 집 무화과나무에서 열매를 보기 시작한 건 심은 지 약 삼 년 정도가 지나서였다.

해마다 열매는 조금씩 열리기는 했지만 옆집 무화과나무만큼 탐스럽고 크게 열리지 않았다.

그래서 여름철이면 두 무화과나무는 비교가 되었고, 우리 집 무화과나무는 상대적으로 볼품이 없어 보였다.

아마도 담벼락 바로 밑에 비탈진 데다 응달지고 제대로 된 편편한 땅에 심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마당도 넓었는데 우리 아버지는 왜 그렇게 척박한 땅에 무화과나무를 심으셨는지.......


나는 비스듬하게 자란 우리 집 무화과나무에서 열리는 무화과 열매는 과일취급도 안 했었고, 또한 맛을 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성인이 되었다.

20대에 미국에 처음 갔을 때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말린 무화과를 '휘그(figue)'라고 하면서 팔고 있어서 무화과를 말리면 저렇게 구슬만 해진다는 사실을 말게 되었다.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마트에 갔을 때 과일코너에 놓인 주먹만 한 무화과를 보고서 어린 시절 우리 집 무화과나무에 열렸던 무화과 열매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요즘 무화과는 어떤 맛일지 맛이 궁금해서 무화과를 사서 집에 가져와 조심스럽게 맛을 보았다.

'세상에 이런 맛이었구나!'

한입 베어 물어보니 약간 풀내음이 나기도 하고, 달달함이 여느 과일 맛과 달랐다.

나는 그 후로 해마다 여름 이때쯤이면 무화과가 더 이상 출하되지 않을 때까지 사다가 마음껏 먹는다.

반으로 잘라보면 패션푸르츠 모양과 비슷하다.


어제도 마트에 일부러 들러서 두 박스롤 사 왔다.

거짓말 안 보태고 씻자마자 싱크대 앞에서 한 열 개쯤을 게 눈 감추듯 먹어버렸다,

자고 일어나니 얼굴에 벽돌을 심어 놓은 것 같이 얼굴이 아주 무거웠다.

먹자마자 잠을 잔 탓이다.

그러나 피부는 매끈한 것이 무화과 탓(?)


한여름에만 맛볼 수 있는 무화과를 적극 추천한다.

단백질 분해 효과가 있어서 삼겹살을 드신 후 디저트로 먹으면 소화가 잘 된다

펙틴 성분이 있어서 변비에도 아주 만족스러운 효과를 볼 수 있다

우리 동네에는 유명한 베이글집이 있는데 그곳 시그니처 베이글이 무화과 크림치즈베이글이다.

나도 줄을 서서 가끔씩 사 먹게 된다.

말린 무화과의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말린 무화과는 견과류와 함께 먹기도 하고, 샐러드에 잘라서 넣어 먹으면 좋다.

마트에 가면 무화과 한 박스 사서 가족들과 함께 나눠 드셔보시라.

색다른 과일 맛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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