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카와 료칸 온천

by 남궁인숙

3개월 전 항공사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일본 온천여행을 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하였다.

그때 예매한 쿠마모토행 비행기표로 주말을 이용해서 일본으로 온천여행을 가기로 하였다.

이른 새벽에 리무진 버스에 몸을 싣고 나니 졸음이 쏟아졌다.

단잠을 자다가 버스 내 안내방송을 듣고 제1터미널에서 내렸다.


인천공항의 아침 풍경은 여행을 가는 사람, 골프 치러 가는 사람, 비즈니스를 하러 가는 사람, 친척 방문 후 고향으로 돌아가는 사람 등으로 인산인해였다.

셀프체크인을 하였기에 신속하게 수화물을 부치고 긴 대기줄에 서 있었다.

내가 선 긴 줄 앞에 젊은 엄마와 어린 소녀 둘은 연신 뒤를 돌아보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보안대 앞에 올 때까지 입구 바깥쪽 틈사이로 헤어짐이 아쉬운 그 누군가를 바라보며 눈물을 훔치면서 계속하여 손을 흔들었다.

얼마나 속 깊은 사연이 있기에 저렇게 이별은 힘이 들까 생각해 보았다.

탑승 후까지 계속 손을 흔들었던 소녀들을 생각했다.

공항은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설렘과 즐거움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이별의 아픔이 있는 곳이었다.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약 1시간 10분 정도가 지나니 쿠마모토공항에 도착했다는 기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쿠마모토 공항에 도착하여 신속하게 수속을 마치고 공항 근처 렌터카 사무실에서 자동차를 렌트하여 쿠로카와를 향해 출발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공항 근처에 있는 맛집을 찾아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서칭을 열심히 한 후 맛집을 찾아 음식점으로 향했다.

운전석 방향이 한국과 다른 일본차를 운전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도 하고, 골목길을 몇 번 돌아서 겨우 식당을 찾아냈다.

시골마을에 위치한 음식점 간판이 화려하지 않아 찾기가 어려웠다.

식당에 도착하니 오픈시간까지는 30분이 남았다.

식당 앞에서 오픈시간을 대기하는 손님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니 음식점을 제대로 잘 찾아온 것 같다.

예약제 식당이었으나 예약 없이 온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반듯한 자리는 이미 예약된 상태여서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앞다이에 앉게 해 줬다.

이것도 운이라고 생각했다.

앞다이에 앉은 덕분에 제일 먼저 식사가 나왔다.

식사자리를 제대로 차지하고서 점심식사를 대접받을 수 있었다.

음식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정성이 가득한 전형적인 가정식 식사였다.

설명도 친절하고 메뉴표도 개인마다 한 장씩 별도로 나눠주었다.


우리 같으면 이런 핫 시간대에 테이블을 세 번은 돌렸을 것 같다.

너무나도 천천히, 정성 들여서 음식을 한 개씩 또 한 개씩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었다.



맛있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일본식 전통온천을 체험할 수 있는 쿠로카와로 출발하였다.

한 시간 넘게 가는 내내 산등성이를 따라서 화산 폭발이 만든 억새가 장관을 이루었다.

나무보다는 억새가 더 많은 곳이었다.

쿠로카와는 화산 폭발로 만든 지형이 제주도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한적하고, 조용하고, 말도 있고.........

가는 길에 아소 대관봉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화산폭발로 이루어진 분지지형을 360도로 파노라마를 즐길 수 있는 곳에 도착하였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끝까지 올라갈 수가 없었다.

아소국립공원 가는 도로에서 자동차 사고가 났다.

눈보라까지 있어서 올라가는 차는 밀리고, 앞으로 전진할 수가 없었다.

시간을 너무 지체할 것 같아서 우리는 차를 돌려서 온천마을로 향했다.



쿠로카와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아소화산의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른다.

미리 예약한 료칸에 주차를 하고, 친절한 직원으로부터 숙소를 안내받았다.

투숙객들은 료칸의 실내외 온천을 번갈아가면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숙박을 하지 않는 관광객들은 이곳 온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마패를 구입하면 하루에 2곳 내지 3곳을 돌아다니면서 자유롭게 온천투어를 할 수 있었다.

마패는 뉴토테카타(入湯手形)라는 나무패였다.



마패를 들고 대중탕을 하루에 세 번씩 다니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료칸마다 다른 콘셉트로 꾸며져 있어서 관광객으로부터 인기가 있다고 하였다.


피로를 푸는 온천을 마치고 우아하게 융숭한 저녁식사를 대접받았다.

이곳 료칸의 장점이 바로 일본 전통 가정식 음식을 정성스럽게 대접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적지 않은 금액을 식사대금으로 지불하지만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하는 동안 옆에서 서빙하는 종업원의 예의 바른 모습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의 정서로는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정성 들여 만들었다는 가정식 나물과 짠무, 피클 등을 너무 맛있게 먹고, 추가로 요구하자 비용을 지불하라고 하였다.

추가비용을 더 내니 주방장은 제철 나뭇잎과 과일 등으로 데코레이션을 하여 멋지게 한 접시를 내놓았다.

예술을 먹는 느낌이었다.



다음 날 아침은 작은 동네의 늦가을 정취를 느끼면서 아침산책을 하였다.

골목 안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전통과자를 만들어서 팔고 있었다.

온천 외에는 관광지가 없는 마을의 주민들은 서로 연대하여 마을을 살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조용한 시골마을은 친절함을 기본으로 고객을 접대하고 있었다.

쿠로카와 온천의 위치는 한적한 마을이어서 대중교통으로 찾아오기는 어려운 곳이었다.

다만 주민들의 친절함으로 명맥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루의 숙박을 마치고 짐을 챙겨 직원의 배웅을 받았다.

그는 우리가 타고 있는 자동차가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었다.

다음에 또다시 방문해 달라는 메시지였을 것이다.


우리는 도로를 한참 달렸다.

멀리 아소산 분화구가 보이는 곳에 차를 세우고 봉우리들을 구경했다,

억새를 배경으로 겨울 눈도 보이고, 가을 단풍도 보이는 절경이었다.

한적한 시골마을의 료칸여행으로 피로가 풀리는 것을 느끼면서 쿠마모토 공항에 도착하여 렌터카를 반납하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