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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 수다

by 남궁인숙


문화콘텐츠학과 이복규 교수님은 새벽마다 독자들에게 ‘톡톡 안녕하십니까’ 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문장력으로 항상 유익한 글들을 보내주신다. 오늘 받은 문자는 다음과 같다.


모든 학생이(이복규 교수)

아들이 장가갈 나이 되면서 일어난 변화.

여학생들이 모두 며느리 감으로 보이기

시작.^^


문자를 읽어보고 나는 얼른 다음과 같이 답장을 썼다.


모든 학생이(콩새 작가)

딸이 시집갈 나이 되면서 일어난 변화.

남학생들이 모두 사윗감으로 보이기

시작.^^

재미로 나눈 문자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 관점이 다를 수 있다. 생각이 다르다는 것은 중요한 가치라고 여겨진다. 이렇게 문자를 통해 이복규 교수님과 친밀감이 1도 높아졌다.

캐나다의 뉴브런즈윅 주 대학의 안드레아 보일 교수는 실험 연구에서 남녀가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눌 때와 카톡이나 문자, 전화 등으로 연락을 할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았다.

휴대전화의 사용으로 늘어난 문자!

문자나 카톡으로 주고받는 메시지는 만나서 대화하는 경우보다 주제의 폭이 넓고 쓸데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한다. 문자는 만나서 대화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부분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데 쓸데없이 문자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형성하는 친밀감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한다.

친하지 않으면 용건만 간단히 하지만 가까운 인과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는 쓸데없는 이야기도 쓸데 있는 대화가 되는 엄지족의 세계가 될 수 있다.



한 달 전부터 자꾸 신경 쓰이게 하는 동년배 친구가 있다. 전화를 여러 번 했는데 긴 컬러링만 남기고 전화를 받지 않는다. 평소에 별 일이 없어도 자주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하는 사이였는데 연락이 안 되니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처음 전화를 하였을 때는 안부를 묻기 위해서였고, 그다음에는 받지 않는 전화에 약이 올라서였고, 그다음엔 걱정이 되어 자꾸 받지 않는 전화기에 통화음을 남기게 된다.

전화를 받지 못할 상황이려니 생각하기로 하고 통화를 시도하는 것은 포기하고 다음과 같이 문자를 남겨보았다.


'원장님 잘 지내시죠? 전화를 못 받는 건지 통화가 안되네요.

잘 지내고 다음 주에 만나요.'


그녀에게 삼일 만에 답문자가 들어온다.


'미안, 요즘 갱년기인지....... 조금 서글퍼지네.

원장님 목소리 들으면 내 상황이 속상해서 눈물이 날 거 같아서..

미원에 있는 시누이네 가게가 바빠서 일손 도와주러 다녔어요.

이젠 거의 마무리...... 고맙고 미안하고 서울 가기 전에 연락할게요'


그랬구나......... 무엇이 그리도 고맙고 미안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그녀의 답 문자를 읽고 보니 통화를 하는 것보다는 문자가 훨씬 수월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수화기 너머로 수다를 자주 떨었던 친구들이 갑자기 연락이 뜸해지면 한 번쯤 휴대폰을 들어 엄지로 꾹꾹 눌러가며 문자를 보내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들에게 말 못 한 사연이 있기에 전화를 받는 것도 문자에 답하기도 어려울 수 있다.


엄지족은 휴대폰이 생겨나면서 새로 생겨 난 용어다.

엄지손가락으로 휴대전화의 자판을 빠르게 칠 수 있고, 빠른 속도로 능숙하게 문자 메시지를 전송하거나 정보를 검색하며 모바일 쇼핑 등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나 같은 경우는 퇴근하면서 **마트에 가서 장을 보기보다는 점심시간에 모바일 쇼핑몰을 열고 주문하여 집 앞에서 배송받는 것을 원하고, 퇴근 후에 내일 필요한 것들을 깜빡 잊고 준비 못했을 때도 모바일 쇼핑몰에 들어가 주문하여 새벽에 받아보기도 한다. 나는 분명히 엄지족이다.


엄지 수다는 쓸데없는 이야기를 쓸데 있는 이야기로 둔갑시킬 수 있고, 친밀감을 높여 줄 수 있어서 엄지 수다가 결코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책을 읽고 엄지로 수다 떨며 독서 토론도 할 수 있고, 채팅방에서 즐기는 유익한 엄지 수다로 건강에 필요한 상식들을 수집할 수도 있다.

물론 문자로 대화를 하는 게 더 유익하고 가치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보고 싶은 친구들과 만나서 대화를 하는 게 더 재미있겠지만 현실의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면 엄지 수다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나는 엄지로 수다 떠는 게 좋다.

"우리 심심한데 톡이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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