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삽시다’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혼자 사는 나이 든 왕년의 연예인들이 같은 집에서 모여서 살아가는 이야기로 특별한 설정은 없어 보이지만 제작자의 기획 의도는 분명히 숨어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다.
여인들이 바닷가에서 소풍 하는 장면 중에 버너에 불을 붙여 라면을 끓여먹는 씬(SCENE)이 나온다. 그 씬(SCENE)에서 라면을 끓일 때 면부터 넣어 끓이는 것이 맞느냐 아니면 수프를 먼저 넣은 후 면을 넣는 것이 맞느냐 하면서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라면을 먹어주는 라면 마니아인 나에게 이 문제는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같이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몰입하게 된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 라면을 끓였더라?’
시간이 많고 배가 고프지 않으면 다시마와 멸치, 양파로 육수를 내어 수프를 넣은 후, 면을 넣고 살짝 끓으면 다시 씻어둔 콩나물과 대파를 송송 썰어 넣고 한소끔 끓여내어 먹는다.
나의 최애 라면 레시피는 냄비 두 개를 준비하여 한 개의 냄비에 라면을 샤워시켜 기름기를 빼주고, 또 다른 냄비는 육수를 우려낸다.
우려낸 육수 냄비에 샤워시킨 면을 넣고 각종 야채들을 넣어 끓여주고, 라면 고유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 계란 넣는 것을 지양한다. 이렇게 끓여주면 우리 가족은 너무 담백해서 맛이 없다고 한다.
아들의 말에 의하면 요즘은 라면을 끓일 때 수프를 먼저 넣고 끓인다고 한다. 수프를 먼저 넣고 끓이게 되면 물의 끓는점이 내려가서 면이 더욱 쫄깃해져서 자기들의 입맛에 적당하다고 한다.
이렇듯 라면에 대한 레시피 노하우는 의견이 분분하다. 모두 자기들 방식의 라면 끓이는 방법으로 ‘맞고’, ‘틀리고’는 없다. 물의 양의 적고 많음, 수프 먼저, 면 먼저의 순서가 있고, 라면 봉지에 수프를 넣고 흔들어서 투하하는 방식, 야채를 듬뿍 넣는 방식 등 다양하다.
라면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딱 두 가지다. 쫄깃거리는 면발과 국물의 시원한 맛이다.
요즘 유행하는 황재라면 레시피를 소개해보면 라면과 냄비 두 개, 낙지, 홍합, 자연산 송이버섯, 멸치, 다시마, 청양고추, 마늘, 대파, 양파를 준비한다.
먼저 냄비에 육수(멸치, 청양고추, 건새우, 황태포, 다시마)를 넣고, 우려낸 후 깨끗이 잘 손질한 홍합을 넣는다. 또 다른 냄비에서 3분 동안 끓여낸 라면을 체에 건져 찬물로 헹군다. 마늘 슬라이스와 양파를 올리브유에 볶은 후 우려낸 육수를 부어준다. 수프와 건더기 수프를 넣고 낙지와 자연산 송이, 송송 썬 대파를 곁들어 끓여주면 그만이다. 황제가 라면을 이렇게 맛있게 먹었을까?
라면 하면 수년 전의 해프닝이 떠오른다. 어린이집 평가인증기간 당일에 교사 사물함에서 유통기간이 지난 라면 한 봉지가 관찰자의 눈에 띄어 체크당한 일이 생겼었다. 해당 교사는 내가 당직하면서 먹으려고 넣어두었는데 시간이 오래돼서 잊고 있었다면서 눈물바다를 이루었던 일이다. 그래서 언제나 방심은 금물이다.
코로나 시대, 집에서 스마트 폰으로 주문하면 바로 오는 배달요리보다 방콕 하며 끓여먹는 뜨끈한 황제라면 한 그릇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