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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Apr 13. 2024

곱디고운 너

 '곱다'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 물건이나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무엇의 모양이나 빛깔이 보기 좋게 산뜻하고 아름다운 것을 '곱다'라고 표현한다.

봄이 되면 들과 산에는 곱디고운 분홍색 진달래꽃이 지천으로 피어나 사랑의 기쁨을 알리면서 상춘객을 부른다.

 곱디고운 투명한 진달래꽃에 얽힌 전설이나 설화가 많이 존재한다.

 진달래는 '진'이라는 글자와 '달래'가 합쳐진 합성어로 달래 앞에 '진'을 붙인 이유는

'달래꽃보다 더 아름다운 꽃'이라는 뜻으로 쓰기 위해 붙인 것이다.


 중국의 설화에서 '두우'라는 신이 있었는데 사람들을 좋아하여 하늘에서 내려와서 사람들에게 농사짓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러나 두우는 촉나라를 번성시키고, 위나라와 전쟁 중에 죽게 되었다.

두우의 영혼이 두견새에게 들어가 두견새는 하루종일 슬피 울다가 피를 토하고 죽는다.

피를 토한 그 자리에 핏자국이 남아서 꽃이 피었다는 전설이 있다.

두견새는 소쩍새를 일컫는다.

소쩍새는 추운 겨울이 되면 따뜻한 지역으로 이동하였다가 봄이 되어 다시 찾아오는데 이 시기에 꽃이 핀다고 해서 '두견화'라고 부른다.


 또 다른 전설에 의하면, 나무꾼이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와 결혼하여 딸을 낳았는데 사또가 달래를 첩으로 삼으려고 수청을 들게 하자 거절한다.

그러자 사또는 달래를 죽인다.

나무꾼은 자신의 딸, 달래를 끌어안고 슬피 울다가 그만 세상을 떠나자 그 자리에서 붉은 꽃이 피었다고 한다.

나무꾼의 성이 '진'씨여서 딸아이의 이름 '달래'를 붙여 '진달래꽃'이라고 불렀다고도 한다.

 

 다른 옛날이야기에는 어떤 수군의 외동딸이 약산에 찾아왔다가 그 강의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는데, 그 죽은 넋이 진달래가 되어 약산을 뒤덮었다고 한다.


  

 이별의 슬픔과 아픔을 묘사한 시 중에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명시가 있다.

바로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이다.

이별을 앞두고 나를 버리고 떠나가는 님, 가시는 길목에 나는 진달래꽃을 뿌려줄 것이며,

떠나는 님을 붙잡지 않고 죽어도 눈물도 흘리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표현했다.

슬픔과 원망으로 사무쳐도 나는 슬퍼하지 않겠다고 한다.

'가시는 길에 꽃을 뿌려 보내면 떠나는 그 님은 발걸음이 가벼울까?'

'그 님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이별의 슬픔이 너무 커서 역설적으로 표현했을 것이다.


진달래꽃

-김소월 -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가수 리아가 부르는 '진달래꽃 '역시 김소월의 시를 인용하여 가사를 썼다.

리아의 '진달래꽃' 노래는 리아가 직접 작사한 곡으로 5집 앨범 <연금술사>에 수록되었다.

'이별 후의 슬픔은 아프고 슬프지만 울지 않고 견딜 것이며, 는 이별을 인정하고 다시 웃으면서 살아갈 것이다'라는 굳은 의지가 담긴 내용이다.


진달래꽃

- 리아 -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날 떠나 행복한지 이젠 그대 아닌지

그대 바라보며 살아온 내가

그녀 뒤에 가렸는지

사랑 그 아픔이 너무 커

숨을 쉴 수가 없어

그대 행복하길 빌어 줄게요

내 영혼으로 빌어 줄게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 오리다



 

 볼 빨간 사춘기 소녀들보다 더 수줍게 빨간 볼을 한 곱디고운 어머님들은 삼삼오오 모여 투명한 진달래 꽃잎 아래서 미소를 머금고, 사진 찍기 놀이에 한창이다.

황량한 산자락에도 비단 폭을 펼쳐놓은 듯한 은은한 연분홍빛 꽃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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