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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Apr 24. 2024

화상을 입다

 지난주 시골에 갔다가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미리 예약해 둔 식당이었는데 아주머니 혼자서 음식을 만들고, 홀 서빙까지 모든 하고 있었다.

열명이 넘는 손님이 한꺼번에 몰려가니 정신이 없으셨을 것 같다.

팔팔 끓고 있는 뜨거운 찌개가 들어 있는 커다란 냄비를 손으로 들고 다니면서 좌석마다 세팅을 하고 있었다.

내가 제마지막으로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주방을 지나야 좌석에 앉을 수 있는 구조였다.

자리를 찾아서 돌아서는 순간에 주방에서 나오던 아주머니는 팔팔 끓는 냄비를 들고 나오다가 내 팔에 그만 부딪히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냄비와 함께 넘어지지 않으려고 하면서 뜨거운 냄비를 반팔차림인 내 팔뚝에 대고 문질렀다.

아주머니는 냄비를 쏟지 않으려고 온갖 힘을 쓰면서 내 필에 냄비를 지탱하고 있었던 것이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잠깐동안 난 얼음이 된 채로 뜨거운지도 모르고 그대로 있었다.

다행히(?) 냄비의 내용물은 쏟아지지 않았다.

내 팔뚝은 빨갛게 10cm 정도 냄비자국이 생겼다.

화상의 경중은 정확히 알기 어려웠지만 2도 화상 정도로 보였다.

응급처치를 하기 위해 주방으로 달려가서 수도꼭지의 찬물을 틀어 팔뚝의 데인 상처에 대고 있었다.

식당아주머니께서 다가오더니 찬물을 끄면서 식용유를 내 팔뚝에 들어부었다.

데인 상처에 식용유를 바르고 문지르기 시작하였다.

당신은 매번 데일 때마다 식용유를 발라서 나았다고 하였다.

그것도 순식간의 일이었다.

식용유룰 발라서 문지르면 화기가 빠진다는 것이다.

아직 수포가 많이 올라오지 않았기에 그대로 두었다.


 

 프랑스 화학자인 르네모리스가트포제는 향수를 실험하면서 실험실에서 손에 화상을 입자 실험실에 있는

라벤더 오일 통에 손을 담갔더니 덧나지 않고 화상이 치료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일을 계기로 화학적인 연구를 하였다.

화상을 입었을 때 찬물에 식힌 후 라벤더 오일을 발라주면 화상의 통증을 덜어주고, 방부효과도 있어서 감염예방이 되어 빠르게 치유가 되며, 세포재생에도 탁월하다고 한다.

라벤더는 천연진통제로 진정효과가 뛰어난 오일이었다.

식용유를 발라준 식당 아주머니의 민간요법의 처치 방법이 결코 틀린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식용유를 발라주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아주머니께 괜찮다고 말하고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언니는 약국에 가서 화상연고를 사 왔다.

밥을 먹고 있는 내 옆에 앉아서 팔뚝에 화상연고를 발라주었다.

"어쩌면 너는 화상을 입고도 밥을 그렇게 잘 먹니?"라며 감탄하였다.

"아파도 배는 고프니까 밥은 먹어야지?" 하면서 웃었다.

수포가 점점 부풀어 오르면서 화끈거리기 시작하였다.

밥을 다 먹고 일어서서 나가려는데 식당아주머니께서 너무 미안하다고 하면서 꼬깃꼬깃 접은 만 원짜리를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연고라도 사서 바르라고 하였다.

괜찮다고 했더니 당신이 너무 미안해서 그렇다고 받아주라고 한다.

나는 서울 같으면 손해배상 청구라도 했을 텐데 이런 작은 시골에서 오히려 더 보태주고 와도 시원찮았다.



 다음날 병원에 갔다.

의사 선생님은 원래 화상치료는 과하게 하는 거라고 하면서 붕대를 칭칭 동여 매 주었다.

팔이라도 부러진 것처럼......

며칠 동안 병원을 다니면서 치료받고 나니 수포는 터졌고, 붉은색 화상흉터가 남아 곪아가고 있다.

상처 난 부위가 건조하고 가려워서 자꾸만 손이 갔다.

긁어서 오히려 상처가 날 지경이다.

샤워할 때 물이 닿지 않아야 하는데 물이 닿아서 상처부위가 빨리 낫지 않는 것 같다.

 2~3개월 동안은 붉게 보일 것 같다.

자외선에 노출되는 계절에 색소침착으로 흉터가 남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보여줄 건 팔뚝밖에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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