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어르신께서 어린 배추모종을 심고 계셨다.
벌써 김장배추를 심는 계절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르신 옆에 있는 배추모종들이 많아 보여서 상자텃밭에 심고도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르신! 배추모종이 남으면 몇 포기 주실 수 있어요? 어린이집에서도 길러보고 싶네요."라고 말했더니 단칼에 거절하셨다.
화원에 가면 배추모종 파니까 사다가 심으라는 것이었다.
"누가 모르나요? 배추모종이 많이 남을 것 같으니까 몇 포기만 주시라는 거죠."라고 했더니 뵈게 심어서 조금 자라면 뽑아서 무쳐먹을 것이라고 하였다.
"아, 네~"
나는 바로 화원에 가서 배추모종 서너 포기를 사다가 심어보았다.
배추모종을 심고 났더니 폭염과 장마가 번갈아 오면서 배추의 성장에 날씨가 전혀 도와주지 않았다.
추석이 지나도 날씨는 한여름을 방불케 하였다.
배추는 자라면서 벌레들이 어디서 나오는지 갉아먹기 시작하고, 구멍이 숭숭 뚫린 잎들이 나풀거렸다.
올해 8월과 9월은 유난히 더워서 병충해의 발병률이 높다고 하였다.
경로당 어르신들은 농약을 치고 죽어가는 것들은 뽑아내고, 다시 심고, 정성을 기울이면서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었다.
하루는 경로당 할아버지께서 배춧잎을 살펴보시더니 배추의 생장점을 갉아먹는 구더기들이 있어서 더 이상 배추가 포기를 채우지 못해서 뽑아내야 한다고 했다.
구더기들이 가운데 가장 연한 부분을 맛있다고 모두 갉아먹어버리면 배추는 더 이상 자라지 못한다고 한다.
날마다 정성을 그렇게 기울여도 벌레들은 잘도 찾아와서 생장점을 맛있게 먹어댔다.
예쁘게 잘 자라다가 생장점을 잃은 배추는 뽑히고 다시 모종을 교체해서 심었다.
늦더위에 농작물이 얼마나 피해를 입을까 생각이 들었다.
'하찮은 상자텃밭도 이런 상황인데 배추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오죽할까 싶었다.
올해 김장철에는 배추값이 많이 오를 것 같다.
추석이 지나고 10월이 오니 날씨가 선선해졌다.
경로당 배추들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는데 어린이집 텃밭의 배추는 잘 자라지 않았다.
뭔가 조치가 필요해 보이는데 방법을 알 수가 없었다.
농사는 아무나 짓는 것이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