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실 안에서 영아의 울음소리가 오전 내내 끊이지 않는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직장으로 복귀하게 된 엄마는 어린이집에 4개월 된 영아를 입소시켰다. 처음 영아가 어린이집에 등원했을 때는 첫 돌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뭘 모르고 적응하였지만, 돌이 지나고 나니 아침마다 엄마와 헤어지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어 불안감을 갖게 된 것이다. 오전에 엄마와 헤어질 때부터 점심시간까지 울음으로 일관한다. 옆에서 지켜보는 교직원들은 아이가 아플까 봐 걱정이다.
영아가 계속 떼를 쓰며 울음으로 일관한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영아는 엄마가 어린이집에 자기를 두고 가면 담임 선생님은 자기만 보고 있으라고 한다. 담임 선생님은 한 반에 정원이 세명이기 때문에 또 다른 두 명의 영아도 돌봐 줘야 한다. 교사의 손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고, 바닥에 내려놓지도 못하게 하면서 계속 안아달라고만 한다.
20대 중반, 몸무게 47kg 인 교사가 돌이 지난 영아를 안고서 동시에 다른 영아 둘을 돌 봐주는 일은 타고난 체력이 있지 않는 한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오늘도 여전히 점심시간이 다 되도록 어린이집이 들썩거릴 만큼 영아는 계속하여 목청을 높이며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보조교사가 들어가서 달래 보아도 소용이 없고, 오로지 담임선생님만 찾으며 안고 있으라고 한다.
0세 반 담임교사는 영아의 성장과 발달을 위해 하루 종일 영아 중심, 놀이 중심의 표준보육과정을 진행하며 어린이집 상황에 따라 유연성을 발휘해야 하는 직업이다. 그중에서도 영아반 담임은 부모와의 소통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객관적인 사실을 토대로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인 상담으로 양방향 소통을 해야 하는 직업이다.
그러나 하루 종일 울음으로 일관하는 영아를 돌보는 담임교사는 자신이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루 종일 울기만 했다고 전달하는 입장이 되면 부모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 가슴은 답답하고, 직장생활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어떤 교사들은 퇴근 후에도 아이의 울음소리가 귀에 맴돌며 환청도 들린다고 한다. 보육교사처럼 전 국민이 관심을 갖고 있는 예민한 직종에서 보육교사의 전문성을 강조하다 보면 '번아웃'이 된다.
직장 내 활동에서 심신이 지쳐서 기력이 소진되어 피로감으로 무기력 증에 빠지는 증상을 ‘번아웃 증후군 (burnout syndrome)’이라고 한다.
세계 보건기구에서 규정한 번아웃 증후군은 ‘성공적으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 스트레스’라고 정의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증상은 사회적으로 도덕적 수준에 대한 기대감이 높거나 업무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일수록 ‘번 아웃 증후군’에 걸리기 쉽다고 한다.
전문성을 발휘하는 현장에서 번 아웃 증후군으로 찾아오는 질병에는 수면장애, 우울증, 심리적 회피, 인지능력 저하 등으로 직장인의 85%가 겪는다고 한다. 보육교사처럼 스트레스가 놓은 직업을 가진 직종에서는 대체적으로 우울감이 꽤 높게 평가된다.
번 아웃 증후군은 간단하게 자가 테스트가 가능할 수 있다.
-. 아침에 눈 뜰 때 자신이 별 볼일 없게 느껴진다.
-. 냉장고에 휴대폰을 넣어두고 못 찾는다.
-.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것이 요즘엔 짜증 나고 못 참게 화가 난다.
-.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 예전에 즐거웠던 일들이 무미건조하고 행복하지 않고 불행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생각이 많아지면 ‘번 아웃 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고 한다.
보육교사가 번 아웃 증상이 느껴질 때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 힘들어"라고 말하고, 업무의 양과 근무 시간을 줄이거나 휴가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지금 내게 꼭 필요한 일의 순서를 정해서 중요한 것부터 일관성 있게 진행해야 한다. 어린이집 교직원들끼리는 업무를 협력하여 조금 쉬운 업무로 분장하고, 학부모와는 사소한 것까지도 소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번 아웃 증후군의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에 가고 싶었던 여행지를 간다든지, 원데이 클래스에서 손으로 할 수 있는 취미활동을 하거나 요가 및 필라테스 등의 운동을 하면서 심리적 공백을 메워 줄 무엇인가를 찾아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어린이집의 현실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일반 직장인들처럼 연차 휴가 내고 싶은 날에 본인의 의지대로 쉽게 휴가를 사용하기는 어렵다. 사람을 키우는 일을 하는 보육현장이기에 대체교사가 없다면 보육교사의 연차휴가는 자유로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