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회의를 마치면서 교직원들에게 2학기 교직원 면담지를 나눠주고 작성하도록 하였다. 매년 12월이면 의식적인 행사처럼 한 해를 보내면서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면담을 해야 한다. 이듬해 어린이집 운영전략을 계획하기 위해서는 교직원의 근무형태를 알아야 하고, 만약에 결원이 생긴다면 또 다른 교사를 채용해야 하는 절차가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이들의 연령에 맞는 담임을 결정하고 배정해야 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교사의 특성에 따라 유아반을 맡게 해야 할지 영아반을 맡게 해야 할지 정하는 일은 여간 고민되는 일이 아니다. 다음으로는 계속 근무자가 있는 상황이라면 예산서를 작성할 때 교직원의 호봉을 정해서 예산을 세우고, 신입사원이 발생한다면 그 신입사원의 호봉으로 예산을 세워 어린이집 운영상 회계의 정확도를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마치 너 “그만둘래?” 아니면 “계속 근무할래?”하고 묻는 것 같지만 교직원들에겐 일 년에 한 번씩 꼭 치러야 하는 의식과도 같은 일이다.
평상시에 하는 면담은 근무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힘들게 하는 아동은 없는지, 스트레스 상황은 없었는지 등의 면담이라면, 12월의 면담은 년간 행사처럼 내년도 근무 여부에 대해 물어야 하는 면담이기에 원장 선생님의 입장에서 다소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이러한 절차 없이 모두 근속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면담지를 나눠주지만 속내는 그렇게 편하지 않다. 그중에서 한 명이라도 퇴사를 원한다면 차후로 해야 할 많은 일이 생기게 된다. 직원을 한 명 채용하고 그만두게 하는 것은 녹록한 일이 아니다. 원장 선생님의 입장에서 결격 사유가 있는 직원이라면 오히려 퇴사를 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교직원들이 변동 없이 잘 근무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올 해도 어김없이 12월이 되었고 다음 연도의 운영계획을 세우기 위해서 교직원 면담은 반드시 필요한 절차였다.
아침에 출근하여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교직원들이 작성한 면담지를 대충 훑어보니 두 명의 면담지에 퇴사와 이직 계획이 있다고 쓰여 있다. ‘무슨 이유로 그만둘까? 내가 뭘 서운하게 했을까?’라고 떠올리는 것이 첫 번째 이유라면, 두 번째 이유로 떠오르는 생각은 ‘뭐가 힘들었지? 퇴사를 생각할 만큼 힘들게 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다.
4, 5년씩 근무한 교사의 이직 통보는 서운하기 그지없다. 그동안 익힌 직업력과 쌓인 정(精)도 있지만 경험치가 축적된 만큼 실무능력이 높기 때문에 떠나보내는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면담지를 펼쳐놓고 한 명씩 면담을 하면서 1년을 보낸 소감을 물어보았다. 면담 도중에 그렁 그렁한 눈물을 보이면서 이러저러한 이유들을 말한다. 이래서 힘이 들었고, 저래서 힘이 들었고, 쉬고 싶고, 허리가 계속 아프고, 집이 이사를 가고......
‘그랬구나......’ ‘이십 대 중 후반의 젊은이들은 참으로 고민이 많구나......’
올 한 해는 코로나로 인하여 전 국민에게 특별한 한 해였을 것이다.
‘모두가 힘들게 한 해를 보내고 있었구나......’ ‘그래서 힘들었구나......’ ‘나도 힘들었는데 너도 그랬구나......’
직장생활이라는 것은 직업을 통해서 사람을 성장시키고, 사람 사이에서 관계를 맺으며 정을 나누기도 하고, 주어진 상황에서 몰입하고 집중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교직원들의 마음 챙김에 신경을 써야 하고, 그들이 직업군에서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퇴사 사유에 대해 조사를 해보니 그 결과 중 상사의 잔소리(15%), 대인관계 스트레스(14.3%), 연봉(13%), 적성에 안 맞는 업무(9.3%)라고 한다. 나는 그중 1위를 차지한 그런 직장상사(잔소리 쟁이)는 아니었기를 바란다.
퇴사는 도전의 기회가 되기도 하고, 재충전할 수 있는 휴식이 되기도 한다. 20대 젊은이가 선택한 퇴사와 이직은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도전과 도약의 휴식’이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때마침 라디오에서는 이민석의 ‘퇴사’라는 곡이 흘러나온다.
퇴사를 해야겠어, 더 이상 못 참겠어.
여길 떠나야겠어, 설득 따위는 됐어,
주변의 박수를 받으며 내 신발을 걸어,
‘넌 착해 빠진 걸’ 바보처럼 받아주니까
얘 네가 날 호구로 보는 거야.
화낼 줄은 알아도 그냥 또 참는 거야,
멍청하게 똑같은 사람 되기가 싫어서야.
쇼윈도에 날 진열하지 말아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