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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없는 명절이 온다

by 남궁인숙

설날 아침, 명절을 맞아 가족들은 차례를 지내기 위해 차례상을 차린다.

그중의 가장 흔하게 올리는 전통 과일은 붉은 사과였다.

나는 차례를 지낸 후 사과를 집어 들고 와그작 한 입 베어 물었다.

입 안에서 사과의 과즙이 터졌다.

새콤달콤한 맛이 혀끝을 감싸면서 시원한 향이 코끝까지 퍼졌다.

그 순간, 문득 신문에서 읽었던 기사가 떠올랐다.

"이 사과도 언젠간 귀해지겠지?"

최근 뉴스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는 사과 재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구, 청송 등에서 재배되던 사과가 최근에는 강원도 지역으로 옮겨 가면서 재배한다고 했다.

기후 온난화로 지금은 선선한 북쪽으로 옮겨가지만, 앞으로는 사과 농사를 한국 기후에서 재배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고 했다.

이렇게 기후가 계속 변하게 되면, 우리 식탁도 변하게 될 것이다.


어릴 때부터 사과는 너무나 익숙한 과일이었다.

식후에 항상 커피를 마시듯, 식후 간식으로 자주 깎아 먹는 과일이었다.

또한, 명절이면 예쁜 붉은 사과를 골라 이웃 간의 선물로 정을 나누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풍경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사과를 못 먹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2050년 정도가 되면 사과를 재배하지 못한다고 한다.

사과가 사라진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막상 명절 상에서 사과가 빠진다고 생각하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기후변화는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렇게 우리 일상 가까이 와 있었다.

"이 사과, 언제까지 이렇게 먹을 수 있을까?"

사과는 당연히 늘 곁에 있는 과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럼, 명절 차례상에는 뭐가 올라가게 될까?"

사과 대신 감귤이나 바나나가 올라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왠지 익숙한 풍경이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지금부터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언젠가 이 아삭한 소리를 기억 속에서만 떠올리게 될 것이다.

"와그작"

사과를 마지막 한 입을 베어 물며, 기후변화에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마트폰을 열어서 검색해 보았다..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았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작은 실천들이 모이면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너무 익숙해져 버린 편리함을 저버리고,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도 명절에 사과를 먹을 수 있을 테니까.

사용하지 않는 전기 플러그를 뽑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고, 불필요한 포장들줄여보자.

아직은 작은 변화일지 몰라도, 언젠가는 이 작은 실천들이 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 작은 실천은 사과 하나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바뀌지 않으면, 명절 음식뿐 아니라 우리의 삶도 변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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