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사랑하는 조카가 있다.
큰언니 딸이다.
그녀가 나에게 선물을 했다.
오늘은 셋째 오빠가 35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임을 했기에 온 가족들이 축하해 주는 날이었다.
워커힐 호텔에서 우리 가족은 만났다.
룸을 빌려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대가족이다.
조카는 아직 내 생일이 아닌데 올해는 이모의 '세 번째 스무 살'을 맞이하는 해라서 가족 행사에 온 길에 전해준다고 하면서 이모의 '세 번째 스무 살' 생일을 축하한다고 했다.
꽃보다 예쁜 이모,
'세 번째 스무 살 생일'을 축하드려요.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정의 올림.
편지와 함께 전해 준 선물을 받으며, 조카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 가슴이 뭉클했다.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조카의 사랑과 존경이 담긴 귀한 마음이 느껴졌다.
'세 번째 스무 살'이라니, 유쾌한 축하 멘트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렇게 세심하게 신경 써 준 마음이 그 무엇보다 값진 선물이었다.
예쁜 동그란 상자를 열어 보니, 고급스러운 명품 스카프가 곱게 접혀 있었다.
부드러운 촉감과 세련된 디자인, 조카가 얼마나 정성을 들여 골랐을지 느껴졌다.
이모의 '세 번째 스무 살 생일'을 축하한다며 환하게 웃는 조카의 얼굴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모는 언제나 멋지고 존경스러워요."라고 조카는 늘 이렇게 표현하였다.
"이모는 내가 지나가는 길에서 나보다 먼저 100미터 앞을 지나갔어도, 이모가 지나간 자리에는 늘 이모의 향기가 남아있어요.
그래서 이모가 지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라고 말했던 조카였다.
조카는 20대였을 때, 우리 집에서 나와 동거한 사이다.
어릴 적, 이모는 조카에게 아주 멋지게 보였다고 했다.
긴 생머리에 연필로 가끔씩 비녀를 꽂은 채, 일하는 이모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고 했다.
조카는 늘 이모가 롤 모델이었다.
젊은 날 성공을 향해 자극하며 꿈을 키우게 했다고 한다.
이모와의 추억은 조카의 삶 곳곳에 스며들었고, 이모의 존재는 조카의 일상에 깊이 자리 잡았다.
그 후, 조카는 결혼을 하였고, 지방으로 내려가서 살게 되었다.
각자의 바쁜 삶 속에서 연락이 뜸해졌지만, 조카는 여전히 이모에게 SNS로 일상을 공유하면서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었다.
조카는 행사를 마치고 SRT를 타고 내려갔다.
가끔 조카와의 특별한 관계는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큰 위로와 힘이 된다.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에 대해 가끔은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렇게 축하받으니
'세 번째 스무 살'이라는 표현이 참 괜찮게 느껴졌다.
스카프를 목에 가볍게 둘러보니, 마치 조카의 따뜻한 마음이 나를 감싸 주는 것만 같았다.
조카는 이모에게 정말 잘 어울렸으면 좋겠다고 문자가 왔다.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한 겹 더 두른 것 같은 기분.
올해의 생일은 조카 덕분에 더욱 특별하게 기억될 것 같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