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향목을 닮은 사람

by 남궁인숙

새벽부터 따뜻했던 입동을 무시하듯 돌풍을 동반한 가을비가 온 동네의 낙엽들을 파도처럼 너울거리게 하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준다. 마지막 안간힘을 쓰며 매달리기 하는 잎들에게 간지럼을 태우며 함께 손잡고 가자고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은 한 폭의 화려한 그림으로 늦가을이 주는 선물이다. 가을 잎새들은 아직 있을만하다고 버티는데 가을비는 빨리 가자고 재촉을 한다.

가을비 내리는 오전, 주말을 지낸 다음 날의 분주한 일과를 막 끝내려는데 5년 전 우리 어린이집에서 정년퇴직하신 선생님께서 안부 문자를 보내온다.

일 년 전에 출간했던 책을 소개해준 아열남 유튜브 영상이 있어서 안부와 함께 동영상을 공유해드렸더니 그 영상을 보시고서 오랜만에 문자를 보내왔다.

어쩌다 한번 오는 연락에도 무지 반가운 사람이 있다. 그런 분 중의 한 분이셨던 선생님께서 안부의 문자를 보내주시니 반갑기 그지없다.

넋없이 지내는 일상 중에 가끔 잊고 살다가 수년 전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면서 함께 밥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동료애였지만 마치 큰언니처럼 여겨졌던 선생님이 부지불식간에 생각이 나서 무심코 ' 톡' 보낸 문자에 잊지 않고 정성스러운 시(詩)를 써서 답문자로 보내온 것이다.



이른 봄 엄마한테서 싱그럽고 야들야들 부드러운 연녹색 옷을 입고 피어나

봄, 여름, 가을 엄마의 사랑과 보살핌으로 예쁜 때때옷 갈아입으면,

뭇사람들의 부러움을 한눈에 받던 아름다운 단풍잎들이

바람이라는 중매쟁이 덕분으로 하염없이

다른 세상을 찾아 정처 없이 떠나는 나뭇잎들,


우리 어린 아가들을 사랑과 인자로 키워주시는 원장님은 정말 아름답고 장하십니다.

그런 원장님을 만난 나 또한 행복하답니다.

원장님은 항상 향기가 넘쳐나는 '백향목'같은 분입니다.

정말 생각만으로도 기분 좋은 분!

그렇게 기억되는 분입니다.

건강 고이고이 잘 챙기시고 늘 멋지게 지내세요.


- 글 윤희진 -

별 다섯 개를 붙여 주고 싶을 만큼 문장 실력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십 대 중반이신 선생님의 소녀 같은 감성을 지닌 글들을 읽으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사무실에 나 혼자인데 부끄러움은 내 몫이었고, 홍조 띤 얼굴로 함박웃음을 지으며 백향목을 검색해 보았다.

비록 선데이 크리스천이지만 성경에 나오는 백향목을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이제야 찾아본다. 백향목은 소나무 과에 속하는 귀한 상록 식물로 힘찬 기상을 지녔으며, 뿌리가 튼튼하고 강하며 충성스럽고 아름다운 수목이다.

교회의 성전을 짓거니 궁전을 짓는 소재로 쓰였으며, 짙은 향을 가져 향기롭고, 나무의 진이 많아서 해충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방부력, 내구력이 뛰어나고 추운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높이가 있고, 크게 자라는 성질이 있어서 귀한 건축자재로 쓰인다고 한다.

레바논 지역에 서식하며 나무의 높이가 약 40cm, 돌레는 10m 이상이 될 만큼 위용이 대단하고 동물의 왕자를 사자로 칭했다면, 팔레스타인에서는 수목의 왕자로 불린다고 한다. 수천 년 동안 마구잡이 벌목으로 지금은 그토록 울창했던 숲이 온 데 간 데가 없고, 레바논의 한 산맥의 계곡에서만 존재한다고 하니 안타깝다.




백향목으로 만든 지팡이를 가진 사람에게 누가 대적한다면 결코 쉽게 함락시키지 못한다고 한다. 갑자기 해리포터가 들고 있던 지팡이가 떠올랐다. 해리포터가 들고 있던 마법의 힘을 지닌 지팡이를 백향목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찾아보니 서양 호랑가시나무로 만든 지팡이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성경 안의 열왕기하에서는 솔로몬이 예루살렘 성전을 짓기 위해 히람과 거래를 맺어 원하는 대로 잣나무와 백향목을 벌채해서 가져가는 대가로 곡물과 기름을 주었다는 내용이 있다.

시편에는 '의인은 종려나무 같이 번성하며 레바논의 백향목같이 성장하리로다.'

사무엘하에서는 '나는 백향목 궁에 기거하거늘 하나님의 언약제는 휘장 가운데 있도다.' 이런 대목들도 나와있다.

구약성서에 수십 번이나 백향목에 관한 내용이 언급되어있으니 교회를 열심히 다니시는 분들이라면 백향목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워낙 선생님께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시면서 성경을 늘 통독하기 때문에 백향목을 인용하여 표현하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암튼 백향목을 닮았다고 하니 기분은 좋다. 가을이 깊어가는데 백향목을 닮은 사람처럼 강인하지만 인자하고, 튼튼하면서도 아름다운 향기가 있는 백향목을 닮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 봐야겠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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