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요양원

by 남궁인숙

퇴근 무렵 유치원 원장인 지인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남편이 요양원을 개원하여 상호를 지어야 하는데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한다.

동일한 곳에 요양원 네 곳이 나란히 붙어서 오픈을 하니 자기만의 독특하면서도 시각적으로 정보를 줄 수 있는 뭔가 특별한 상호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동안 주로 요양원 상호로 써왔던 것들은 사용하기 싫고, 신선하고 기발한 것이 필요하다면서 글을 쓰는 내게 도움을 요청한다. 지인은 기존의 요양원들에서 사용되고 있는 노블레스, 신앙, 효심, 자매, 샬롬, 시온, 가족 등은 너무 요양원처럼 느껴져서 지양하고 싶다고 한다.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제목이 중요하게 느껴지고, 음식점을 선택할 때도, 학원을 선택할 때도 상호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만큼 선호도와 호감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 간판이다. 내가 처음 어린이집을 개원할 때도 이름을 짓느라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성공 확률이 있는 상호를 만들 때 어떤 이는 세 글자가 가장 적당하다고 하고, 어떤 이는 두 글자가 임팩트가 있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네 글자가 더 기억하기 쉽다고 한다.

시각적으로 첫눈에 들어올 수 있는 안도감을 갖는 단어는 분명히 있다. 독특하고 부르기 좋은 단어, 외우기 가 쉬워서 다른 요양원들과 차별화가 느껴지는 단어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나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단어를 구상해 보았다. '요양원이라~~~ 요양원에 걸맞은 단어가 무엇이 좋을까?'

어르신들의 제2의 집이라고 할 수 있는 요양원에 담긴 내용과 의미가 반영되는 단어를 찾아야 할 것만 같다.

글쓰기만큼 제목 짓는 일도 만만치 않은 고뇌가 있어야 한다. 독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다 써놓은 글의 제목을 붙여줄 때도 수백 번을 고쳐 쓴다. 제목을 짓는 것도 글 쓰는 창작과정의 일부분이다.



나는 갑자기 '보물 상자'라는 단어가 떠올라 통화 중에 '보물 상자'가 어떠냐고 제안해 본다. 지인은 "보물 상자요? 요양원과 어울리나요?"

"발상의 전환, 뭔가 귀한 느낌이 들면서 귀한 어르신들을 보호하고 돌봐주는 곳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라고 반문해 본다.

즉석에서 상상해서 지어 낸 단어를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지인을 설득해 보지만 지인은 선뜻 말을 잇지 못한다. '보물 상자'라는 단어를 요양원에서 사용하기엔 낯설고 황당한 것 같다. 좀 더 생각해 보고 문자를 주기로 하고 전화를 끊고 나는 작명의 세계로 폭풍 작업에 들어갔다.

모두의 요양원, 웃음소리 요양원, 보물상자 요양원, 공감 요양원, 아폴로 요양원, 젊은 요양원, 본가 요양원, 큰아들 요양원, 오늘의 요양원, 클래식 요양원, 메타버스 요양원!

'아하! 바로 이거다.'



로나19로 떠오른 메타버스, 메타(meta)와 유니버스(universe)를 합친 단어로 요즘 학계나 매스컴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나오는 단어다.

가상과 초월을 의미하는 단어와 세계, 우주를 뜻하는 합성어로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활동을 가상현실보다 한 단계 앞서서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의 온라인 공간을 메타버스라고 한다.

요양원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플랫폼을 구축하여 돌봄에 활용할지 아직은 미지수지만 어느 순간 활용하게 될 것이다.

'메타버스 요양원'

쫌 마음에 든다. 요즘 트렌드에 걸맞게 요양원도 메타버스 요소들을 돌봄 서비스에서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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